잇단 수입개방에 사료 가격인상으로 가축 사육 농가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곡물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규모 곡물회사가 사료 가격을 좌지우지하면서 농가의 경영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충남도는 변화되는 사료작물 가격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조사료 자급률을 높여 농가의 경영 안정을 꾀할 방침이다. 조사료 생산량 확대의 중요성과 충남도의 자급률 확대 계획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조사료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가격 또한 수입건초보다 저렴하다. 젖소와 한우의 품질은 물론 농가의 경영 부담까지 줄어들어 충남도는 조사료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사료작물 예취작업하는 모습. |
지난 해 10월 벼베기가 끝난 뒤 호밀을 심어 5월, 수확을 마친 뒤 가축 사육 농가에 공급된다.
도내 조사료 대표 생산기지 중 하나인 이곳은 천안공주낙협이 천안시, 지역 농가와 함께 3년 전부터 호밀을 재배해 조합원들에게 싼 값에 공급하고 있다.
2010년 90㏊에서 720t을 처음 생산한 뒤 매년 재배면적과 수확량을 늘려 올해는 110㏊에서 1500t이상을 생산했다. 이렇게 생산된 조사료는 조합원에 ㎏당 80원대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수입건초가 ㎏당 380~560원에 공급되는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강민규 천안공주낙협 계장은 “겨울철 유휴지인 논에 호밀을 재배해 축산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축산 농가의 사료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밀과 청보리 등 조사료 생산이 확대되면서 축산 농가의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조사료는 목초나 건초, 옥수수 등 섬유질이 풍부한 풀을 일컫는다. 한우와 젖소 등 초식동물에게는 필수 요소로 풀을 많이 먹여야 질병 발생이 적고 생산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토지가 부족하고 기후도 맞지 않아 조사료 생산이 제한적이다. 결국 축산농가는 가축 사료의 60% 이상을 배합사료로 사용하고 나머지만 조사료를 이용하는 수준이다.
특히 배합사료의 경우 가축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매년 가격이 인상돼 농가 경영난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휴농지를 활용한 조사료 생산 확대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벼 재배 후 호밀이나 청보리,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을 심어 이듬해 벼 파종 전까지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축산 농가는 수입 건초보다 저렴한 가격에 조사료를 공급받을 수 있어 경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벼 재배 농가도 겨울철 유휴 농지를 임대해줌으로써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조사료 재배로 지력(地力)도 좋아져 벼 재배에도 도움이 된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여전히 조사료를 재배할 땅이 부족하다. 대부분 조사료가 가을 추수 후 파종해 이듬해 모내기 전까지 수확할 수 있지만 벼 재배 농가의 인식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천안시 축산행정팀 양형근 주사는 “모내기 전까지 수확이 가능하지만 벼 재배 농가입장에서는 자칫 모내기 시기가 늦어지면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어 쉽게 계약을 하지 못한다”며 “농가의 인식전환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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