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과 투명성을 위한 교육계의 의지와 입찰 시스템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꼴이다.
특히, 차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데다, 배차가 행사 당일 이뤄진다는 점에서 학교 측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약 위반을 눈감아 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18일 우송중학교 수학여행 중 사고를 일으킨 A 버스업체가 단적인 예다. 우송중은 지난 달 26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수학여행 전세버스 임차용역 견적입찰 공고를 했다. 입찰 참여 자격으로, '최근 3년 이내 출고된(2009~2011년식) 45인승 차량이어야 하며, 반드시 자동차검사를 하고, 종합보험에 가입된 운수회사의 차량이어야 한다'는 특수 조건을 명시했다.
우송중은 제안서를 낸 업체 중 금산의 A 업체를 최종 선정했다.
학교는 당초 입찰 참여를 대전 업체로 제한했다. 하지만, 성수기라 2009년식 조건을 충족시키는 업체가 없었다. 그래서 금산 등 인근 지역으로까지 입찰 참여 범위를 확대했다.
그래서 계약한 곳이 A 업체다.
하지만, 수학여행날이 임박해 갑자기 A 업체 측에서 2009년식 차량 조건을 2007년식으로 낮추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수학여행 날짜가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학교 측에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다. 어쩔 수 없이 요구를 수용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버스 4대 중 계약조건을 지킨 건 2대 뿐이었다. 사고 난 버스는 2004년식이지만, 계약서류에는 2007년으로 허위 기재했다. 또다른 1대는 2005년식인데, 2008년으로 조작했다.
정종해 우송중 교감은 “우리도 조사 과정에서 알았다. 괘씸하다. 오늘 교육청에 가서 이런 문제를 전달했다.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버스가 있는 회사는 학교의 입찰에 무조건 참여한다. 별도의 서류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허위 제안서를 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예가도 공개하지 않기에 가격을 적정하게 잘 써내면 낙찰받을 수 있다는 게 교육청과 관련업체의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사실 학교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차량이 워낙 고가인데다, 수학여행 등 각종 행사가 열리는 특수라는 점에서 일일이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해도 학교 측은 어쩔 수 없다. 차량 연식과 차량점검, 재생타이어 사용 여부 등 입찰 조건을 어겨 계약을 위반하더라도 미리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하면 관행상 그렇다는 말을 하면서 버틴다. 당일 배차가 결정돼 출발 직전에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도 취소할 수 없다는 걸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버스업계에 문제가 많다. 입찰 참여업체와 낙찰받은 업체가 양심에 따라 계약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수의계약은 물론 입찰 참여 자체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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