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에서 언급한 대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선망하는 '꿈의 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모델로 삼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의 성공도 우수인력의 지속적 유입과 활용에 있었다. 다만 전 세계 우수 과학자들의 집결 못지않게 우리 과학두뇌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집단 연구를 수행하게 만드는 일은 더 중요하다. 본원과 캠퍼스, 외부 연구단 구성부터 잘 돼야 그러한 과학 선진화의 둥지로 자리할 수 있다고 본다.
기초과학연구원 개원을 반기는 이유 중에는 더이상 기초과학이 들러리가 되고 기초과학 관련 투자가 뒷전에 밀리는 정책 과오가 재연되지 않겠다는 기대도 들어 있다. 사실 과학기술을 압축성장의 동력으로는 몰라도 국가 과학지력의 상징으로 제대로 봐주지 않았다. 바로 측면에서 보면 연구원 개원이 기초과학 홀대와 이공계 기피 해소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물론 산업기술과의 융합과 응용부분만 선호하는 기초과학 홀대가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기초과학을 소홀히 하면 기술속국이 되기 마련이다.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있는 충청권은 특히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대한 집착과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비즈니스'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기초체력부터 다지자는 뜻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다짐한 연구단장들의 말에 본질이 내포돼 있다.
그 우선순위가 특정 대학이나 연구자 지원보다 기초과학 기반 구축에 있음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대전에 둥지를 튼 기초과학연구원은 대구ㆍ경북권과 광주에 분산 배치되는 연구단의 유기체적 상호작용을 잘 이끌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이 정치적 갈등과 논란 속에 태어났지만 이제 행정이 아닌 연구를, 정치가 아닌 과학을 지혜롭게 담아낼 차례다. 지역적으로는 '기초과학 강국의 중추'가 대전에 들어서는 만큼 걸맞은 지역발전 전략을 조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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