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저 |
저자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듯 생생한 엄마의 목소리를 15년 간 고스란히 받아 적었다. 수화기를 통해, 작가 이경희를 통해 전달되는 엄마의 수다는 그 어떤 시보다 문학적이고, 그 어떤 소설보다 서사적이고, 그 어떤 르포보다 리얼하다.
이 책의 화자인 '에미'는 한 남자의 아내로, 육 남매의 엄마로, 농사꾼으로, 최씨 집안 막내딸로 팔십여 년을 살아내면서 몸으로 체득한 삶의 지혜를 딸과의 전화통화로 풀어낸다.
엄마는 충청도 산골 외딴집에 홀로 지내면서 집안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추억을 곱씹으며 15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기도 하고(1장, 니 아배가 그립다), 그 집에서 나고 자란, 지금은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육 남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걱정하기도 하고(2장, 내 새끼들이 최고여), 평생 농사꾼으로 살아오면서 체득된 농사일과 땅에 대한 애틋함, 노인네들만 그득한 시골 풍경을 마을 사람들과의 일화를 통해 유쾌하게 드러내기도 한다(3장, 에미도 알 만큼은 안다). “영감 먼저 보내고 폭삭 늙어버린” 다섯 할매(자매)들이 모여앉아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4장, 나두 그런 시절이 있었다), 외딴집에 누렁이 두 마리와 사는 외로움과 팔순의 나이에 떠올릴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5장, 외롭지 않은 것이 워디 있겄냐/6장, 영정사진 찍으러 간다)
이 세상 모든 딸들이 자라 여자가 되고 엄마가 되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 앞에 서면 여전히 위로받고, 보호받고, 사랑받는 딸일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에미는 괜찮다”라는, 수화기 넘어 엄마의 안부가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다. 우리 엄마들의 쓸쓸하면서도 솔직담백한, 사랑스러운 수다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삶의 지혜가 되고,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길 바란다. 삶이보이는 창/이경희 지음/256쪽/1만2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