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경기도 안양에 사는 내 친구 성우 이의선 선생이 어린이 목소리로 자주 낭독하여 귀에 익은 시다.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천진하며 순진무구하게 살다가 하늘(歸天)로 돌아간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시인. 내처 흐르는 구름따라 길따라 탁배기 한 사발로 허기를 메우다가 소풍처럼 살다간 그의 시 '나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썩지 않은 나무를 사람들은 썩었다며 멀리하는 나무를 시인은 역설적으로 무럭무럭 자라 하늘에 닿는 나무 꿈을 꾼다. 문학적 시론(詩論)의 메타포(Mataphor)처럼 우리 사회는 흑백논리의 양극화 현상이 첨예하다. 돈의 환산과 물량치환(物量置換)이 극도로 치닫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는 나무라는 시는 맑은 산소 내음으로 시나브로 다가온다.
청바지와 장발, 높은 구두굽의 스무살 나의 문학청년시절. 서울 인사동거리 '귀천' 카페와 상계동 수락산 근처를 맴돌며 천상병 시인을 따라다니며 술자리를 함께 했던 지난 기억이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오버랩(Overlap)되어 코끝이 시큰하다.
나무에는 찬연한 신록이 우거지고 아카시아꽃 향기와 빠알간 장미가 피어나는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젊음을 과시하듯 저리도 푸르런 나무를 뽐내면서 자라는 내 동네 내 공원 숲 속을 찾았다.
지난달 본보를 통하여 '내 동네 내 공원 가꾸기 운동'에 대한 글이 나가자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연락이 왔다. '맞아요, 내가 사는 내 동네에 좋은 공원이 있는지 그간 무심코 지나쳤다' '이제는 내 동네 내 공원을 활용하여 모임을 가져야겠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산림휴양지를 찾아주어 고맙다' '그간 멀리 있는 관광명소만 찾아 고유가 시대 기름 낭비하며 많이도 나돌아 다녔는데 결국 우리들 '지상 최고의 아담한 산림휴양지'는 바로 내 동네 내 공원이야' 하면서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가까이 있는 진주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옛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을 했는지 모른다. 행복을 찾아 멀리 더 멀리 찾아나서는 독일의 신낭만파 시인 카를 부세(Carl Busse)의 시 처럼 '산 너머 저 쪽'으로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행복은 바로 내 손안에 있으며,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을 나중에야 발견하게 된다.
대전에는 600여개의 공원이 있고, 대전의 중심 중구에는 '서대전시민공원'을 비롯하여 '뿌리공원' '테미공원' 등 아담한 공원 56개가 있다. 그리고 내가 사는 문화동 주변에도 여러 개의 동네공원이 있다.
공원에서 푸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무에서 매일 분수처럼 내 뿜는 피톤치드에는 병원균ㆍ해충ㆍ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유익한 성분이 있다. 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이 이루어져 우리 인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각종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식당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고기 굽는 냄새와 담배냄새 자욱한 곳에서 시끌벅적한 회식으로 과소비를 부추기지 말고 앞으로는 동네공원으로 옮겨 모임을 가지면 어떨까?
주민 반상회를 비롯하여 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종 주민자치모임과 이웃 친목회, 가족모임, 생일잔치 등을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달빛과 별빛을 보며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한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깔고 모임을 하는 것이다. 아카시아 향기, 빠알간 장미꽃과 싱그러운 나무 일렁이는 푸른 숲 속에서 작은음악회, 시낭송회, 연극, 미술전시회, 시화전, 청소년들의 숲 속 야외독서 등 각종 유형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중심도시 대전광역시 시민은 오늘부터 토머스 모어의 미지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썩지 않은 나무로 울창한 저 푸르런 천연자원 풍부한 숲 속 '지상 최고의 아담한 산림휴양지'를 찾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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