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온 가영이의 곁을 늘 지켜왔던 것은 아빠가 두고 간 상자들이다. 가영이가 스무 살 되던 해 동네는 재개발을 시작했고 가영이는 돈 욕심에 눈이 먼 주인 여자, 욕정을 채우려는 통장, 가난한 그녀에게 빌붙어 사는 삼류 영화쟁이 김승호와 새벽마다 들이닥치는 포크레인 등에 떠밀려 동네를 떠나게 된다. 가영이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상자들을 정리하게 되는데…. 이 연극은 소녀가 구석에 꼭꼭 숨어있던 상자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조심스럽게 풀어놓는다. 판도라 상자를 여는 순간, 소녀의 비밀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비밀로 전달된다. 8살 때부터 지하 단칸방에서 어머니의 시체와 살게 된 가영이의 모습은 때로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죽은 엄마와 슬프고도 외로운 동행보다는 엽기적인 사건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이 사회의 현실과 맞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2009년 전국 연극제 대상 수상작 '소풍가다 잠들다'를 연출했던 김상열 교수를 비롯해 유치벽 대전연극협회 회장, 대전 연극의 명품 연기 정현주와 이종목이 2010년 '휴먼연극-기념사진'에 이어 다시 뭉쳤다. 여기에 떠오르는 신인 정수연과 문성필, 최병찬 등의 배우가 함께해 휴먼 연극의 진수를 선보인다.
김상열 연출가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사랑한 아버지의 모습과 이어지는 딸의 외로움의 연장선 상에서 연출했다”며 “엽기적인 사건으로 비춰지기보다는 극 중 가영이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일반 2만 5000원, 학생 1만 5000원. 문의 010-2403-0847, 010-2485-0840.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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