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기 제일화방 대표가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다섯살짜리 외손녀가 만들어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상구 부장 |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오는 21일은 부부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가족 해체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혼율도 높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 남녀도 많습니다. 이 시대의 부부 문제와 가정의 행복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오월은 가족의 의미를 가장 많이 생각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함을 가지며 감사하는 축복의 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1인 세대의 비중이 커지고, 가족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사는 무관심, 무책임, 무감동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근원은 가족에게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그 중심에 건강한 부부관계가 있습니다. 그것을 모르니까 독신으로 살고 이혼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더 크고 좋은 집을 갖기 위해 일생을 다 바치면서도 정작 가정을 행복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소홀히 합니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야 되지만, 결혼하면 윙크하며 살아야 합니다. 한쪽 눈은 좋은 점과 아름다움만 보고, 부족한 것과 잘못하는 것, 단점을 눈감아주고 살면 언제나 연애할 때처럼 윙크하며 살 수 있게 됩니다. 연애감정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남편의 도리', '아내의 도리', '아버지의 도리', '어머니의 도리' 그 도리 때문에 참고 인내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며 사는 겁니다. 그러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대표님은 수많은 효자상을 받으셨고 온가족이 효자효부로 8개나 되는 표창을 받으셨는데요. 효자로 살아오신 지난날 이야기를 들려주시지요.
“효도는 당연한 도리요, 인륜이고 천륜입니다. 배워서 한다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그게 세상 사는 이치입니다.
저는 9살에 오랜 세월 병석에 계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또래 아이들 어머니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홀어머니랑 사는 것이 창피해서 유소년기와 청소년기에 어머니 속을 너무 많이 아프게 한 불효자식이었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서야 불효한 것을 후회하고 효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어머니께서 100수에 가까운 98세까지 살아주셔서 못다한 효를 할 수 있었지요. 만약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면 일평생 후회하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효도는 미루면 안되고 지금 당장 해야 되는 겁니다. 많은 표창은 효 실천을 잘해서 받았다기보다는 이 사회를 효 실천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애써온 일들을 더 높게 평가해서 받은 것으로 알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효전도사로 열정을 다할 것입니다.”
-대표님은 부부 명함을 선보여 평등부부상을 받기도 하셨지요. 부부간의 금실이 참 좋으신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막상 저 자신은 봉사활동에 마치 중독이라도 된 사람처럼 살았고 돈 안되는 바깥일만 하다 보니 아내가 너무 많은 부분 제몫까지 감당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저희 가게 일을 아내가 도맡아 해왔지요. 대장간에 식칼 없다고 하는 말처럼 저는 날마다 부부행복을 외치고 강연하고 다녔지만 정작 제 아내는 너무 가까이 있어 보지 못한 겁니다.
어느날 아내 주민등록증이 훼손돼 주민센터에 재발급을 받으러 갔더니 직원이 그러더군요.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기에 지문이 닳아 안나오네요. 며칠 쉬면서 손관리를 하고 다시 오시지요'라고요. 저는 이 말에 억장이 무너지는 후회를 하고 그 날부터 아내에게 잘 하려 다짐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남녀 사이에 가슴 뛰는 사랑이 지속되는 것은 18~30개월에 불과하다죠. 남녀가 만난지 2년 정도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감정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등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사라진답니다. 부부간 애정이 식었다고 너무 서운해 할 일이 아닙니다.
부부사랑이 식어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며 살려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부부는 항상 서로 마주보는 거울과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얼굴이 나의 또 다른 얼굴이랍니다. 아내가 웃고 있으면 남편도 웃고, 아내가 찡그리면 상대방 남편도 찡그린답니다. 그러니 예쁜 거울 속의 나를 보려면, 내가 예쁜 얼굴을 해야 예쁜 얼굴이 보여지듯이 아내가 웃어야 남편이 웃게 되고, 남편이 웃어야 아내가 웃습니다. 부부는 한 쪽과 한 쪽의 만남인 둘이 아니라. 반쪽과 반쪽이 만나 하나랍니다. 그래서 평생을 반려자로 살아가야 하는 무촌입니다. 너무 가까워서 촌수로 헤아릴 수 없거니와, 둘이 아닌 한 몸이니 당연히 촌수가 없답니다. 그런데도 반대로 등 돌리면 촌수가 없으니 남이 되는 겁니다. 부부는 동등한 입장에서 사랑과 존경이 두 바퀴처럼 늘 함께 가야 행복이 뒤따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을 해야 합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잘했어”, “난 당신 믿어 ”, “당신이 곁에 있어서 참 좋아”
살다보면 연애할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됩니다. 연애할 때 그렇게 아름답고 멋있어 보였는데 그 환상이 깨어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잘 하는 것, 칭찬하며 좋은 것만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을 각자의 타고난 개성으로 인정하지 않고 '틀린 점'으로 취급하는 순간, 부부 사이에는 상처가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부부의 삶은 서로에게서 무엇을 얻으려는 삶이 아니라 베푸는 삶이어야 합니다. 서로가 평안하게 해 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무능을 지적하면 더 주눅이 들어 더욱 더 부족해질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감을 심어 주고 서로를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고 적은 것 하나라도 '이게 다 당신이 수고한 열매지요?'라고 서로 감사하고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임을 일깨워 주면 서로 안의 무한한 가능성이 나날이 빛나게 됩니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나는데 사랑과 행복을 거두기를 바라면서 비난과 멸시와 공격과 미움을 심는 것은 진리를 거역하는 짓입니다.”
-요즘은 부모자식간 문제도 심각합니다. 학교 왕따 폭력문제도 결국 부모 자식간 대화단절과 의사소통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될까요.
“제가 초등학교 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기 위해 초등학생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하며 '지금 너희들이 원하는게 뭐니?' 물었더니 거의 대다수가 '엄마 아빠 싸우지 않는거요'라고 대답합니다.
부부 여러분, 왜 쓸데없이 결혼해서 철없는 애들에게 고통을 줍니까?
날이면 날마다 죽기보다 싫은 공부만 죽도록 가르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아이들을 아이들 생각으로 보지 않고 부모의 한풀이 대상으로 보고 내가 이렇게 살았으니, 나는 못했으니 하며 부모 자신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 주기를 기대하니 문제죠. 날마다 부모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못한다는 말만 하고 칭찬을 하지 않으니 대화가 단절되고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날마다 지구상 30억명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고, 40억명의 인구가 격려와 칭찬의 말에 굶주리고 있다고 합니다. 자녀들을 칭찬하고 많은 대화를 위해서 자녀와 함께 하는 여행을 많이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젊은 부부들에게 꼭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녀들이나 집안 문제 때문이 아닌 오직 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가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입니다. 부부 사이가 좋다면 자녀 문제는 저절로 풀립니다.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서로의 인간적인 고충이나 속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부부 공통의 취미생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요. 잘 말하기 위해 대화하지 말고 잘 듣기 위해 대화해야 합니다. 대화를 잘 하는 방법은 잘 듣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에 화가 치밀더라도 한번 참고 상대방이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게 하면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래 살기 위해 별걸 다 먹고 몸에 좋은 운동은 지치도록 하면서 정작 부부사랑을 키우는 일에는 무관심하거나 아예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부부 사랑은 표현과 실천입니다. 최소한 하루에 한 번씩 식후 30분이든 식전 30분이든 서로 껴안아주세요.”
대담ㆍ정리=한성일 사회단체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