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이 14일 오전 본관 대회의실에서 교수협의회와 갈등구조로 인한 학내 현안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민희 기자 photomin@ |
교수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KAIST 서남표 총장이 14일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민주적 소통 구조 확립을 위한 공개토론회 등을 제안했다. 지난 8일 교수협의회가 15일까지 거취를 표명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서 총장은 '서남표식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총장 정면돌파=서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교협의 요구한 사퇴에 대해 “(사퇴가)'KAIST에 좋은 것인가? 안 좋은 것인가?'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KAIST에 좋은 일이라면 떠나는데 후회는 없다”고 운을 떼고서 “하지만, 러플린 전 총장처럼 밀려나가면 KAIST가 어려워 질 것이다. 한국대학의 개혁이 불가능해 질 것이다”라며 퇴진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또 “지금 당장의 거취표명은 정당성 없는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며 “물러나야 한다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당성 없는 관행에 면죄부를 준 학교의 배신자로 기억되고 이는 KAIST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퇴진 불가입장을 밝힌 서총장은 이어 학교본부와 교협이 토론자로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공개토론회를 통해 지난 1년간 제기된 특허가로채기 의혹사건, 교수임용 의혹 등에 대한 실체를 밝히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토론회 이외에도 서 총장은 소통구조 확립을 위한 제안도 내놨다. 교수, 학생, 직원, 학교본부, 총동창회, 학부모 대표를 모두 망라한 '(가칭) KAIST 대통합 소통위원회'를 빠른 시일 내 발족하겠다고 언급했다.
▲'공개토론회 의미 없다' 평가절하=교수를 고소하는 등 교수, 학교 측과 불신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서 총장의 공개토론회 제안에 대해 KAIST 교수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교수평의회 A 교수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교수를 고소하는 등 학교본부와 교수 간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토론회는 무의미하다”며 공개토론회가 뒤늦은 대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B 교수는 “공개토론회 제안은 시간벌기 다름없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서총장의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 이라는 생각으로 공개토론회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 같다. 서 총장에게 더는 속고 싶지 않다”는 말로 공개토론회 무용론을 제기했다.
교협 경종민회장은 “학교 측으로 부터 공개토론회에 대한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지 못해 이렇다저렇다 말할 사안은 아니다. 교수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협은 8일 임시 총회를 열고 독선적 학교 운영과 KAIST 위상 추락 등의 책임을 물어 15일까지 서남표 총장에게 거취를 표명할 것을 요구하며 개교이래 처음으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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