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원]'딘'소장을 구하러 간 증기기관차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민병원]'딘'소장을 구하러 간 증기기관차

[중도마당]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2-05-14 14:38
  • 신문게재 2012-05-15 20면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묘역에 나가보니 어버이날 묘비에 놓여 있던 카네이션들이 눈에 띈다. 한 줌 흙이 되어 버린 부모님 앞에 놓인 꽃들을 보며 함께 있을 때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사병 3묘역으로 가는 길은 카네이션보다 붉은 철쭉들이 열병식을 진행하는 군인처럼 도열해 있다. 그 길에서 311번 묘판을 바라보면 사병묘역인데 '철도원'이란 글자가 새겨진 묘비가 있다. 왜 철도원이 사병묘역에서 군인들과 함께 잠들어 계실까.

묘비의 주인은 철도원 고 현재영 기관조사다. 6ㆍ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7월 20일, 김재현 기관사, 현재영ㆍ황남호 두 기관조사와 미군 특공대 33명이 열차를 이용해 미군의 딘 소장을 구출하러 대전역으로 향했다. 옥천역을 통과해 세천 큰 굴다리 인근 양쪽 야산에서 북한군의 총탄이 빗발쳤다. 미군도 일제히 반격을 개시했으나 공방전 1분여 만에 특공대원 10여 명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사했다. 구출작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옥천으로 철수하다가 매복해 있던 북한군의 집중 공격으로 미국 특공대는 1명의 부상자를 제외하고 전원 사망했다.

김재현 기관사도 8발의 총알에 전신이 관통돼 28살의 꽃다운 나이로 숨을 거뒀다. 현재영 기관조사도 북한군의 총탄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2차 구출작전이 추진됐고 신호원이었던 장시경 철도원이 기관사로 투입됐다.

미군 특공대 20명이 목숨을 걸고 적진으로 향했으나 매복 중인 적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장시경 철도원도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김재현 기관사는 6ㆍ25전쟁 철도참전전사자로 철도인 최초 서울현충원에 안장됐으며 현재영, 장시경 철도원은 대전현충원에 영면했다.

철도원들은 전쟁기간에 병력과 군수물자, 피란민을 수송하다가 287명이 사망했다. 1950년 7월 '딘' 소장을 구출하고자 세천ㆍ대전지역 전투에 투입됐던 기차가 있다. 미카3 129 증기기관차! 일제 치하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증기기관차이며 석탄을 쉴 새 없이 넣어야 움직이는 '칙칙폭폭' 기관차다. 이 기차는 현재 철도청이 보관하고 있는 유일한 증기기관차로 대전 신탄진에 위치한 대전철도 차량관리단에 전시돼 철도참전용사들의 활약상과 전쟁의 아픔을 기리고 있다.

문화재청이 2008년 10월 17일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지정했다. 바로 이 기차는 학생과 군인, 시민 등에게 나라사랑 체험교육자료로 활용하고자 6월 25일부터 철도원들이 잠들어 있는 대전현충원에 전시된다. 딘 소장 구출작전에 투입된 이 증기기관차를 보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철도원과 함께 전사한 미군 특공대원들이 떠오른다. 3년 전쟁 기간 중에 3만7000여 명에 달하는 미군들이 이름모를 타국에서 전사했다. 미국의 부모와 가족들은 아들의 죽음에 큰 충격과 비통함을 느꼈을 것이다.

얼마 전 국가보훈처에서 실시한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서 80세가 훌쩍 넘어 대한민국을 다시 찾은 노병들은 “발전된 대한민국을 보니 나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보람차게 말했다.

이제 곧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보훈은 '나라를 보호한다는 호국'과 '공훈에 보답한다는 보훈'이 합쳐진 말로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공이 있는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함으로써 그들의 공로에 대해 감사해 하고 보답하는 것이다.

이번 6월에는 호국영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도움의 손길을 주었던 세계 각국의 희생 장병과 유족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우리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정신'을 근간으로 국민의 '보훈의식'을 함양해 이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강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