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샤일록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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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샤일록의 후예들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5-14 14:12
  • 신문게재 2012-05-15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 대금업자 샤일록의 시련(?)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재미있는 이야기다. 부연하자면 기독교인을 싫어하는 유대인 샤일록은 어떻게든 기독교인을 혼내주겠다는 악의에서 주인공 밧사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특별한 약속-즉 기일에 돈을 갚지 않으면 친구인 안토니오로부터 그의 살 1파운드를 떼어내도 좋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런데 실제로 약속일자에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샤일록은 법정에 제소하면서 약속대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떼어내겠다고 주장한다. 이에 법관으로 변장한 밧사니오의 아내 포오샤의 재치 있는 명판결, 즉 살을 떼어내는 것을 허용하되 살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한다. 이 판결로 인해 샤일록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법관에게 원금만이라도 받겠다고 사정하지만 포오샤는 샤일록이 악의적으로 기독교인을 헤치려 했다는 죄목을 들어 베니스의 법에 따라 샤일록의 전재산을 몰수하는 판결을 내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타당할까? 특히 돈을 갚지 않으면 살 1파운드를 떼어내겠다고 하는 약속이 과연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것일까? 요사이 가끔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덕 사채업자들이 채무자의 장기를 떼어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들 역시 샤일록의 후예답긴 한데 과연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약정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쯤은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약정내용이 신체의 훼손이라는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가 된다. 따라서 셰익스피어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오늘날에는 통용될 수 없는 불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악덕사채업자들의 악의적이고 탈법적인 방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포오샤의 명판결과 같은 속 시원한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법에도 이러한 악덕사채업자에 대한 예방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첫째로, 이자는 연 39%를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 이자율을 넘는 약정은 무효로서 반환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이러한 이자율보다 높게 받는 대부업자는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둘째로, 대부업자는 나라에서 관리하기 위하여 구청에 등록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꼭 이러한 등록여부를 확인한 후에 돈을 빌리도록. 등록 없는 대부업자 역시 처벌받는다. 셋째로, 대부업자가 '①폭행ㆍ협박ㆍ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는 행위 ② 채무자 외의 자가 채무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행위 ③ 채무자 또는 그의 관계인에게 채무에 관한 허위사실을 알리거나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여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심히 해치는 행위' 등을 하는 경우에 채무자의 고발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법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21세기에도 아직 샤일록의 후예가 살아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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