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다가 다른 학부모들이 선물 공세에 나서는 바람에 그 역시 얼떨결에 원장과 담당 교사에게 작은(?) 선물을 했단다.
올해엔 유치원도 마지막이라 그냥 넘어갈까도 했지만, 중요한 성장기에 자칫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돼 1인당 5만원 정도의 선물을 준비 중이다.
정 씨는 “작다고 하지만, 결코 만만한 비용은 아니다. 사립유치원이다 보니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일부 사설 교육기관과 일부 대학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 맘 때면 감시의 눈이 초ㆍ중ㆍ고교로 집중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대학 등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라 할 정도로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교육청은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아 불법 찬조금 근절을 위해 감찰활동과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촌지 수수와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행위, 불법 찬조금 조성 등 적발되면 신분상 중징계와 연대책임, 고발까지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정도다. 그만큼, 각종 비위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 상황에 돌입한 초ㆍ중ㆍ고교와 달리, 갈수록 심각해지는 곳이 많다. 영유아 시설과 학원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사설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금품수수 등에 대해 법적 처벌을 받을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A 유치원의 한 교사는 “선물이 꽤 들어온다. 인사치레차 하는 수준이라 비싼 건 없다”며 “처음엔 모두 어색해서 고민했는데, 문제 될 게 없어 지금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최모(44) 씨는 “학교 선생에게는 그동안 어느 정도는 암암리에 성의를 표시했는데, 이젠 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학원 강사에게만 한다”고 말했다.
특수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대학가에도 폐해가 적지 않다.
지역의 국립대 한 특수대학원생은 “얼마전 이메일을 통해 1인당 10만원씩을 내서 사은회를 개최한다며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많은 특수대학원이지만 강제적으로 돈을 거둬 사은회를 여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한 대학 교수는 “마음으로 존경받는 스승의 날이 돼야지 선물이 오가는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교육계 전반으로 자정운동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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