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만]잃어버린 왕국, 부활을 꿈꾸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최종만]잃어버린 왕국, 부활을 꿈꾸다

[경제칼럼]최종만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 승인 2012-05-13 13:24
  • 신문게재 2012-05-14 21면
  • 최종만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최종만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최종만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최종만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5월은 가정의 달이자 '효(孝)'의 달이다. '효'사상은 중국에서 유교가 전래되기 이전부터 우리나라 전통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효를 몸소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백제의 마지막 왕인 '해동증자(海東曾子) 의자왕(義慈王)'이다.

의자왕은 백제 무왕의 맏아들로 어릴 적부터 효성이 극진하고 형제간에 우애도 각별하여 공자(孔子)의 제자 중 가장 효심이 깊은 증자(曾子)와 비견될 만큼 그의 효성은 특별했다.

또한 성품이 용감하고 대담하여 결단력이 있었으며 매우 슬기로워 훗날 왕이 되어서도 이름대로 의(義)롭고 자비(慈)로운 정치를 펼쳤다. 또한 당과 왜와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했으며 이웃 나라 신라를 거침없이 정벌하는 용맹함도 보여줬다.

“우리처럼 작은 나라가 대국(大國)의 심기를 잘못 건드려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

당시 강국이던 백제를 두고 신라의 임금 진덕여왕이 걱정하며 한 말이다. 이렇듯 의자왕은 신라가 감히 맞서 싸울 수 없을 만큼 강한 나라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백제가 갑자기 멸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자왕 집권 15년이 지날 무렵 그는 태자궁을 사치스럽게 치장하는 등 치세에 흐트러짐을 보인다.

역사기록을 살펴보면 경국지색의 출현과 여러 가지 흉흉한 사건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이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제 말 왕권에 대한 지배층의 반발이 존재했음은 분명 사실로 보인다.

이를 틈타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침입한다. 고구려와 동맹을 맺고 신라를 수시로 압박한 결과였다. 당나라 소정방의 13만 대군은 바다를 건너 인천으로, 신라 김유신의 5만 군은 동부전선으로 빠르게 돌파해 왔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70평생 전쟁으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 의자왕도 매우 당황해 한다. 계백과 5000 결사대를 황산벌로 보내 신라군과 맞서게 했지만 중과부적으로 이틀 만에 완패하고 곧바로 사비성은 당군에게 함락된다.

백제는 고대국가 중 최초로 국사편찬과 불교를 수용했을 만큼 문화가 발달했지만 승자의 유린정책으로 전해 내려오는 문건과 유물은 거의 없다.

이러한 문화의 격랑 중에도 남아 있는 백제 유적이 있다. 바로 국보 9호로 지정된 정림사지 5층 석탑이다. 한때 당의 장수 소정방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하여 '평제탑(平濟塔)'이란 오명이 붙었던 적도 있었으나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백제시대 탑으로 밝혀졌다.

현재는 탑을 포함한 정림사지가 복원 중이다. 문화재의 복원은 민족의 역사를 시각화 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자손들에게 백제문화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문화재의 예술적 가치를 영구 보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최첨단 공간정보 기술인 3D정밀 실측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현재의 공간정보 기술은 ㎜단위까지 위치정보 제공이 가능하며 정밀실측 후 3D영상 제작 또한 가능하다. 대한지적공사는 얼마 전 정림사지 5층 석탑과 왕흥사 가마터를 정밀 실측한 바 있다. 이외에도 명동성당을 시작으로 주요건물과 문화재의 예술적 가치를 영구 보존할 수 있도록 3D영상제작을 추진 중이다.

찬란한 문화가 융성했던 백제였지만 우리 도내에는 변변한 백제 건축양식 하나 없고 관련 문서와 자료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고대 사찰의 효시가 다름 아닌 백제의 '정림사' 인데도 말이다.

현재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백제의 도읍 한성(서울)에서도 풍납토성의 체계적인 발굴과 복원을 준비 중이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가 없으면 민족의 미래도 없다. 백제의 자존심이자 우리도의 자긍심인 이곳 문화재의 완전한 복원을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