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이와 딸바보 정래석씨<왼쪽 사진>. 어렵게 입양을 선택한 백병권ㆍ김한내씨 가족과 이젠 어엿한 가족의 일원이 된 주나. |
입양을 통해 화목과 단합을 이뤄가는 가족들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정래석(49)씨와 양석란(44)씨 부부는 아들 정욱(16)군에게 동생을 낳아주고 싶었다. 40대인 이들에게 아이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시험관 수정까지 하면서 얻고자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어느날 양씨는 입양을 통해 아들에게 동생을 줄 수 있음을 알게됐다. 두번째 아이를 원했던 부부였던만큼 정씨는 적극 찬성했다.
부부는 입양기관에게서 받은 사진들 중 유진이의 100일 사진을 보고 인연을 느꼈다. 그런데 입양을 결정하면 보통 1~2개월 소요되는 시일과는 달리 유진이는 번번이 초음파 검사에 걸려 데려올 수 없었다. 아이의 뇌에 혈종이 발견돼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부부는 더욱 유진이를 데려가겠다고 생각했다. 만나기 위해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인연의 실타래였다는 것.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부부가 맞벌이 공무원이라 아들인 정욱군과 제대로 대화 한번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입양을 통해 부부는 그 고민이 싹 사라졌다. 정씨는 “입양아이로 인해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안해한다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아들은 여동생인 유진이를 각별히 챙기고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면서 입양에 대한 선택이 옳았음을 내비쳤다.
중학생때부터 입양에 관심을 갖고 있던 김한내(여ㆍ43)씨는 태어난 순간 부모에게서 버려지는 아이들을 있다는 사실에 신혼 초부터 남편인 백병권(46)씨에게 몇차례나 입양을 권유했다.
그러나 남편은 '좋은 일이지'하면서도 묵묵부답으로 응했다. 묵언의 거부를 하는 남편 대신 김씨는 먼저 두 딸들에게 “동생이 있으면 좋겠지?”라며 입양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김씨와 두 딸들의 공세, 종교인의 의무로서 고민하던 백씨는 결국 2008년 3월께 “좋은 일인만큼 빠른 시기에 입양을 하자”며 찬성했다. 몇차례 입양에 대한 얘기가 오갔지만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입양을 신청한지 7개월째 다시 연락이 왔다.
백씨 부부도 두 딸이 동의했지만 혹여 입양한 아이로 인해 가족의 불협화음을 우려했다. 하지만 우려에 불과했다. 큰 딸인 단비(18)는 '준엄마'라는 별칭이 생길만큼 매일 남동생을 업고 다녔고 둘째인 소리(15)는 “드디어 동생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부부는 공개입양을 선언하고 막내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주나'.
그때를 떠올리며 백병권씨는 “가끔 숨겨둔 아들을 데려온 것 아니냐는 짓궂은 장난을 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수록 주나가 나를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부부는 자식이 없어 고민하면서도 입양을 꺼리기는 이들에게 “불임가정에게 자식은 절실한 문제다.그런데 입양한 아이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문제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한 아이의 입양이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서 다시 시작하는 축복받을 일”이라고 입양을 권유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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