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못의 물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다. 같은 쇳덩어리도 어떤 이들은 녹여서 도구를 만드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무기를 만든다. '믹막:타르라리고 사람들'은 무기상들을 향한 장 피에르 주네의 주먹질이다. 주인공은 지뢰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거리의 총격전에 휘말려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살아가는 바질. 영화는 지뢰와 총알을 만든 무기상들에 대한 바질의 복수극이다.
바질을 돕는 동료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타르라리고 사람들. 고철이나 쓰레기를 활용해 행복과 기쁨을 주는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행복을 위한 도구로 죽음의 도구와 맞서 싸우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주네는 만화적 상상력으로 비현실적인 작전을 유쾌하게 풀어간다.
등장인물부터가 만화적이다. 턱수염이 덥수룩한 감방맨, 뿔테 안경에 꼼꼼한 성격의 계산기, 이마가 살짝 벗어진 지식인 스타일의 발명가, 학자적 면모를 풍기는 타자기, 인간탄환, 후덕한 미소의 빅마마, 여기에 고무여인이 바질의 작전을 돕는다. 슬랩스틱 코미디에 만화적 상상력을 곁들였지만 무기상을 향한 주네의 날선 비판은 씩씩하다.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무기를 수출하는 조국 프랑스를 두들겨 팬다. 2009년 작품으로 3년 늦게 왔지만 주제는 지금도 통한다. '웰컴 투 슈티'로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석권한 감독이자 배우 대니 분이 바질을 연기하며, '언터처블:1%의 우정'의 오마 사이, 장 피에르 마리엘이 영화를 빛낸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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