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다크 섀도우]바람둥이 뱀파이어로 돌아온 조니 뎁… 사랑도 괴기스럽게?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다크 섀도우]바람둥이 뱀파이어로 돌아온 조니 뎁… 사랑도 괴기스럽게?

다크 섀도우 감독:팀 버튼 출연:조니 뎁, 에바 그린, 미셸 파이퍼

  • 승인 2012-05-10 14:16
  • 신문게재 2012-05-11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은교'의 김고은이 아무리 좋은 연기를 보였다고 해도, 심지어 배우밖에 보이지 않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영화는 배우의 것이 아닌 오롯이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은 자신만의 빛과 소리, 자신만의 영상언어,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배우의 연기는 그중 한 가지일 뿐. 감독 중에는 파격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색깔을 인정받는 이들이 있다. 이번 주 스크린에 오른 영화들이 그런 감독들의 신작이다. 팀 버튼은 기괴한 캐릭터에 동화적 상상력, 재기발랄하면서 따뜻한 유머로 치장하고, 장 피에르 주네는 사회적 약자를 등장시켜 엉뚱하면서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폭력에 중독된 거칠고 끔찍한 세계를 다룬다. 이들 감독만의 개성 넘치는 코드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다만 크로넨버그는 이번엔 거친 폭력이 아닌 '멜로'를 연출했다. 새로운 도전이다.

줄거리:18세기, 콜린스 부부는 미국으로 건너와 한적한 바닷가에 콜린스포트라는 항구 마을을 만든다. 아들 바나바스는 타고난 바람둥이로 수많은 하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그 하녀 가운데 안젤리크는 마녀였으니.

'다크 섀도우'는 조니 뎁이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면 방영 시간에 늦을까 봐 집으로 달려갔다”고 고백할 만큼 1960년대 후반 미국 거실을 평정한 인기 TV시리즈. 40년 전 시리즈를 '광팬'을 자처하는 팀 버튼 감독이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팀 버튼이 새롭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람둥이 뱀파이어 바나바스 콜린스와 마녀 안젤리크 보우차드 사이의 애증의 역사.

18세기 중반 바나바스의 연인이었던 안젤리크는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그를 저주해 뱀파이어로 만들어 생매장해버린다. 200년이 지난 1972년, 바나바스는 공사장 인부들에게 발견돼 되살아나고 제 버릇 남 못주듯, 옛 연인이 환생한 듯한 콜린스가의 가정교사 빅토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 소식을 들은 안젤리크가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이 시공을 초월한 지독하고 과격하며 살벌한 사랑을 공포와 웃음으로 그려낸다.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하고도 우스꽝스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개성 만점 연기가 영화를 보는 포인트. 쇠락한 바나바스 가문을 지키는 후손을 연기하는 미셸 파이퍼는 세월이 비껴간 듯 여전히 아름답고, 헬레나 본햄 카터는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진 정신과 의사로 분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독특함을 선사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핫스타 클로이 모레츠는 70년대 별난 청소년 역을 맡아 '렛미인'의 뱀파이어, '킥애스'의 힛걸을 잇는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다. 가정교사 역의 벨라 헤스콧은 일약 조니 뎁의 상대역으로 발탁된 새로운 얼굴.

주인공 조니 뎁과 마녀 역의 에바 그린은 기대 이상이다. 이번 영화까지 팀 버튼과 여덟 번이나 호흡을 맞춘 조니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스패로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친 모자장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윙카를 합친 듯한 연기로 “조니 외에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 없었다”는 팀 버튼의 기대에 부응한다. 압권은 팀 버튼이 “정말 어메이징했다”고 칭찬한 에바 그린. 난폭하고 살벌하면서도 상처 받은 가련함, 고혹적인 섹시함 등 팔색조처럼 다양한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애보 사랑, 마녀의 사랑이 싫지만 유혹에 어쩌지 못하는 조니 뎁의 예측불허 연기가 사랑스럽다. 하지만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는 마녀의 무시무시한 저주 공세를 어찌할 것인가. 1700년대 유럽 귀족풍의 고딕양식과 팝아트의 전성기였던 70년대의 버무린 팀 버튼의 키치적인 화려함이 볼거리다. 여기에 카펜터스의 '탑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 배리 화이트의 '유아 더 퍼스트, 라스트, 마이 에브리씽(You'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등 70년대 '올드 팝'이 추억을 자극한다. 또한 파티 장면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록가수 앨리스 쿠퍼의 공연도 즐겁다. 다만 원작을 알지도 못하고 시리즈에 대한 향수도 없는 국내 관객들의 눈에 이 생소한 뱀파이어 영화가 어떻게 비칠지 의문이다. 팀 버튼의 세계가 총집합한, '눈 호강' 영화라고 보기엔 2%쯤 부족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