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섀도우'는 조니 뎁이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면 방영 시간에 늦을까 봐 집으로 달려갔다”고 고백할 만큼 1960년대 후반 미국 거실을 평정한 인기 TV시리즈. 40년 전 시리즈를 '광팬'을 자처하는 팀 버튼 감독이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팀 버튼이 새롭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람둥이 뱀파이어 바나바스 콜린스와 마녀 안젤리크 보우차드 사이의 애증의 역사.
18세기 중반 바나바스의 연인이었던 안젤리크는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그를 저주해 뱀파이어로 만들어 생매장해버린다. 200년이 지난 1972년, 바나바스는 공사장 인부들에게 발견돼 되살아나고 제 버릇 남 못주듯, 옛 연인이 환생한 듯한 콜린스가의 가정교사 빅토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 소식을 들은 안젤리크가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이 시공을 초월한 지독하고 과격하며 살벌한 사랑을 공포와 웃음으로 그려낸다.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하고도 우스꽝스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개성 만점 연기가 영화를 보는 포인트. 쇠락한 바나바스 가문을 지키는 후손을 연기하는 미셸 파이퍼는 세월이 비껴간 듯 여전히 아름답고, 헬레나 본햄 카터는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진 정신과 의사로 분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독특함을 선사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핫스타 클로이 모레츠는 70년대 별난 청소년 역을 맡아 '렛미인'의 뱀파이어, '킥애스'의 힛걸을 잇는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다. 가정교사 역의 벨라 헤스콧은 일약 조니 뎁의 상대역으로 발탁된 새로운 얼굴.
주인공 조니 뎁과 마녀 역의 에바 그린은 기대 이상이다. 이번 영화까지 팀 버튼과 여덟 번이나 호흡을 맞춘 조니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스패로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친 모자장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윙카를 합친 듯한 연기로 “조니 외에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 없었다”는 팀 버튼의 기대에 부응한다. 압권은 팀 버튼이 “정말 어메이징했다”고 칭찬한 에바 그린. 난폭하고 살벌하면서도 상처 받은 가련함, 고혹적인 섹시함 등 팔색조처럼 다양한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애보 사랑, 마녀의 사랑이 싫지만 유혹에 어쩌지 못하는 조니 뎁의 예측불허 연기가 사랑스럽다. 하지만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는 마녀의 무시무시한 저주 공세를 어찌할 것인가. 1700년대 유럽 귀족풍의 고딕양식과 팝아트의 전성기였던 70년대의 버무린 팀 버튼의 키치적인 화려함이 볼거리다. 여기에 카펜터스의 '탑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 배리 화이트의 '유아 더 퍼스트, 라스트, 마이 에브리씽(You'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등 70년대 '올드 팝'이 추억을 자극한다. 또한 파티 장면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록가수 앨리스 쿠퍼의 공연도 즐겁다. 다만 원작을 알지도 못하고 시리즈에 대한 향수도 없는 국내 관객들의 눈에 이 생소한 뱀파이어 영화가 어떻게 비칠지 의문이다. 팀 버튼의 세계가 총집합한, '눈 호강' 영화라고 보기엔 2%쯤 부족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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