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국책사업 이제 국민의 품으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영우]국책사업 이제 국민의 품으로

[기고]이영우 한국수자원공사 노조위원장

  • 승인 2012-05-10 14:07
  • 신문게재 2012-05-11 20면
  • 이영우 한국수자원공사 노조위원장이영우 한국수자원공사 노조위원장
▲ 이영우 한국수자원공사 노조위원장
▲ 이영우 한국수자원공사 노조위원장
지난 1일 한국노총 주관의 노동절기념 마라톤대회가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수자원공사(K-water) 노동조합은 전 조합원의 마음을 담아 '3500 조합원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어우러진 4대강과 경인아라뱃길! 이제는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1만여 마라톤 참가 노동자들과 내빈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함께 참여한 200여명의 K-water 조합원들의 표정에는 그동안 가슴앓이하며 말조차 할 수 없었던 마음 깊은 곳의 서운함과 시원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편으론 노동조합에서까지 공사를 대신해서 홍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3500명 조합원이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눈물에 대한 것이다. 4대강, 경인아라뱃길 등 개별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각 사업이 사실에 근거해 잘못된 점이 있다면 비판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가장 큰 역할은 조합원들의 노동에 대해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조합원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이다.

국책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하루 하루가 전쟁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제기되는 찬반의 틈바구니에 끼여 고통스러워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조합원들 뿐이었다. 매일 야근은 당연한 일과가 되었으며, 주말 휴일은 호사로 치부되어, 조합원 개인적인 고생으로 끝나지 않고 가족들 또한 아빠가 없는, 남편이 없는, 외로움과 고통의 나날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며 공사 현장을 떠나야 했던 조합원들이 오히려 조직 부적응자라는 터무니없는 낙인까지 찍히는 일들도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부여되는 업무강도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달부터 매주 수요일에는 오후 7시부터 아예 전원을 차단했다. 정상적인 조직문화 개선 및 캠페인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기에, 투쟁을 선포하고 강력하게 전력 차단을 실시한 것이다. 가정의 날인 수요일 만큼은 조합원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난 1일 잠실주경기장에 플래카드를 내 건 것은 그 피와 땀, 눈물에 대해 진정어린 이해를 구하고 우리의 노력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4대강, 경인아라뱃길은 국가가 맡긴 사명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한다. 그러나, K-water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국책사업에 대해 결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공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측면에서 조합원들은 국책사업의 투자비를 어떻게 회수할 것이며, 또한 회수하지 못하면 어쩔 것이냐는 심각한 생존의 질문도 한다.

사실 K-water는 현재 위기에 봉착해 있다. 2007년에 무차입 경영을 할 만큼 안정적이고 견실한 공기업이었으나, 이후 3년간 4대강 사업 등 정부주도 대형 국책사업 시행으로 공사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투자비 회수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에서도 지난 1월 9일 공사 최초로 노사상생선언식을 갖고 사측과 협력해 국책사업 투자비 회수를 위한 다각적인 정부지원 방안을 모색중에 있다. 분명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조합원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을 호소한다. 이 또한 국가가 맡겨준 사명이 아닌가?

김포터미널에서 인천터미널까지 경인아라뱃길을 경험하며 조합원들의 저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K-water 조합원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결실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고자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 쏟아내고 있다. 4대강 등 국책사업의 많은 우려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3500 조합원들의 피와 땀,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눈물을 국민들에게 명백히 알리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