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복지시설 평가제도'를 탄(歎)함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최주환]'복지시설 평가제도'를 탄(歎)함

[NGO소리]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승인 2012-05-09 15:36
  • 신문게재 2012-05-10 20면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요즘 사회복지관과 노인복지관, 노인양로시설 그리고 한부모가족복지시설들은 평가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회복지사업법 제43조의 2와 동법 시행규칙 제27조에 사회복지시설을 매 3년마다 평가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 올해 평가대상이 된 사회복지시설들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평가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앞에 열거한 평가대상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수가 약 1만명에 달한다고 보면, 1만명에 이르는 청춘들이 꽃피고 화창한 꿈같은 이 계절에 날마다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지난 3년간의 서류들을 들추어서 평가지표에 맞추느라고 '억지춘향' 노릇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재앙 같은 일을 앞장서서 추진했던 일군의 자칭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평가가 복지시설들을 업그레이드 했다고 강변한다. 사회복지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루어진 발전임을 모르는 맹구 같은 소리다. 사회복지사들을 노가다(?)만도 못한 '노역의 수렁'에 빠뜨려 놓은 사람들이, 수개월동안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 놓은 바로 그 장본인들이 노동권이니 전문성이니를 운운하는 걸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는 앞에 거론한 것 말고도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복지시설을 홀딱 뒤집어놓을 정도의 평가주기가 너무 잦다는 점이다. 법에 따라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3년 동안에 법정평가와 유사한 일이 10번도 넘게 이루어진다. 매년 2회에 걸친 기초자치단체의 업무지도점검과 매년 1회의 법인감사가 이루어진다. 간혹 자치단체단위의 기획 감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 기초 및 광역의회에서 쏟아지는 자료제출요구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연말에도 산더미 같이 밀려드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는 사회복지시설의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다. 3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재 위탁 심사까지 감안하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는 너무 빈번하다.

평가의 항목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문서작업 중심이라는 점도 문제다. 평가문항이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다보면 소규모 시설에서도 어른 키의 두 배 정도쯤 되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제본비용으로 수 백 만원을 사용한 사례도 있다. 간혹 쓸데없는 문항이 평가지표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문항이기 때문이다.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일도 장차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포함시켰다는 넋 빠진 문항도 있다.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일을 어찌 평가한다는 말인가? 문제는 이런 희극적인 문항에 맞춰서 그래도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이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평가준비가 고단하기는 하지만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 맞는 지표들을 살펴보면 미리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 미흡했던 서류나 업무의 과정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재정리효과도 있다. 무엇보다도 평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유대감이 깊어지고, 책임감과 역할수행능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조직과 인사 그리고 기관의 전망에 관한 살아있는 데이터를 구축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목숨 걸고 평가를 준비하는 일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평가의 주기를 늘리고, 난이도 역시 현재보다 대폭 낮추어서 사회복지사들이 밤 새워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평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이 평가결과는 유사평가행위의 절대 자료가 되어야 한다. 푸르고 아름다운 계절을 악몽처럼 보내고 있는 전국의 사회복지사들이 1만여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한탄할 일이다. 사회복지사들이 평가를 통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한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