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동안 교과부 장관이나 과학벨트 기획단 면담, 설명회 등을 통해 과학벨트가 선두 연구자들을 위한 엘리트 프로젝트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상대적 소외감만 커지더라고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거점지구가 대전으로 선정됐지만 대전권 대학들의 소외감은 더 크다. 지난 7일 선정된 기초과학연구단장 10명 가운데 4명이 대구(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ㆍ울산(UNIST-울산과학기술대)ㆍ경북(POSTECH-포스텍) 3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DUP) 연합 연구단장이다.
DUP연합 연구단장 4명은 ▲김기문 포스텍 교수(화학) ▲서동철(찰스 서) 미 스크립스연구소 교수(생명) ▲오용근 미 위스콘신대 수학과 교수(수학) ▲정상욱 미 럿거스대 교수(물리)로, 4명 모두가 포스텍에서 신청한 과학자들이다.
포스텍 교수 출신인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까지 포함하면 포스텍과 연관된 연구단장은 선정된 10명 가운데 절반인 5명이다.
반면, KAIST는 2명의 연구단장만 배출했다. 충남대에서는 단 1명이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각 연구단장에게는 연평균 100억원씩 10년을 지원하며 연구단장의 연봉은 2억~3억원, 소속 연구원들은 국내 최고 대우를 해준다. 교수들은 재직 대학에서 연구단을 꾸리게 되기 때문에 4명의 연구단장을 배출한 포스텍에는 연 평균 400억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연구단장은 연구단마다 20~30명으로 구성될 연구진 선발 권한도 갖는다. 결국 지역대 입장에서는 우수 인력들이 선정된 연구단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생화학 전공의 한 교수는 “국립대 성격상 우수연구 인력을 모셔올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없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지금 있는 우수 인재들이 과학벨트 선정 연구단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빠져나갈 수 있는 도미노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구단선정평가위원장인 피터 풀데가 2007년부터 포스텍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선정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수월성'원칙에서 연구단장을 선정하다보니 연구비지원의 '부익부 빈익빈'현상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희섭 소장이나 유룡 교수 등은 이미 국가과학자로 선정돼 연간 15억원 연구비를 최장 10년까지 지원받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 한 관계자는 “피터 풀데 위원장이 포스텍과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점에서 이번 심사 결과를 보면 공정성을 제기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번 선정된 단장들이 해당 분야에서 최고라는 측면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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