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위치한 대전도축장에서 도축감독관들이 소와 돼지 도체(屠體)와 부산물의 위생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
그들은 이른 새벽에 출근해 출입이 통제되는 곳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소와 돼지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 직전의 도체(屠體)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소와 돼지의 도체는 건강한 상태인지, 그의 부속물은 위생에 문제는 없는지 만져보고 잘라보며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을 꺼리지 않는다. 육류의 위생을 마지막까지 지키는 파수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7일 찾은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있는 대전도축장은 도축을 위해 충남ㆍ북에서 온 소와 돼지로 시끌벅적했다.
그중 파란 가운을 입고 위생모자와 장갑, 장화로 무장한 도축검사관이 단연 눈에 들어왔다.
대전도축장인 (주)장원식품에는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이 파견한 도축검사관 3명과 가축방역지원본부에서 나온 도축검사원 2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전 7시 도축이 시작되기 한 시간 먼저 출근해 계류장에 모인 소와 돼지의 건강상태를 검사한다.
가축이 걸을 수 있는지, 앉고 일어서는 데 문제가 없는지, 영양은 괜찮은 상태인지 확인하고 이력시스템을 조회한다. 조회에서 구제역예방접종이 이뤄졌고 브루셀라검사에서도 음성으로 확인된 개체만 도축될 수 있었다.
한소영 도축검사관은 “사람과 동물에 공통으로 전염되는 결핵이나 브루셀라, 식중독균이 도축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이상이 발견된 가축은 도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소비되는 한우의 80%, 돼지 30%가 이곳에서 도축돼 시장에 유통되는 만큼 식탁 육류위생에 중요한 곳이다.
지난달 대전도축장 (주)장원식품에서 소 1197마리, 돼지는 1만6813마리가 도축돼 시장에 공급됐다.
도축검사관의 역할은 냉장고 같은 도축장 내에서 더욱 긴장감을 보였다.
화력이 약한 총과 전기에 절명한 소와 돼지를 작업자(도부)가 처리해나가면 도축검사관은 그의 옆이나 뒤에 자리를 잡는다. 작업자가 해체에 들어가면 도축검사관은 개체에서 나온 두부와 흉강장기, 복강장기의 색상과 상태를 확인하며 감염성 질병의 징후는 없는지 확인한다. 온기가 남은 장기를 만져가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날카로운 도구로 베어내 내부를 들여다보고 시료를 채취했다.
오후 6시, 그날 도축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린 개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질병이 의심되면 곧바로 폐기물 통에 담아 폐기하고 공정을 일시 중지시켜 같은 인식번호의 손질된 도체를 검사하기도 했다.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원들은 도축장의 도축검사관을 2년마다 순환근무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윤여준 과장은 “유쾌한 작업환경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유통된 육류를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엄격하게 검사하고 있다”며 “육류의 위생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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