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도 떠올리기만 하면 웃음이 절로 나는 연례행사가 있었다. 바로 학창시절의 때검사다. 여름에는 냇가나 강가, 또는 우물가에서 멱을 감고 물장구를 치고, 등목을 자주 자주해서 문제가 없었지만, 추운 겨울에는 목욕을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날을 잡아서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방 안에 들여 놓거나 부엌에서 목욕을 하였다. 그 날은 바로 그 다음날 학교에서 때검사를 하거나 신체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그래도 여의치 않아서 목욕을 못하고 검사에 임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검사하는 당일 그 나마 목욕을 한 학생들은 당당하게 검사에 나서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곤 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손이며 발이며, 귓덜미, 목 등 구석구석 때검사를 하고 다음 날 깨끗하게 닦고 오도록 말씀하시곤 하였다. 선생님들께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제자들의 건강과 단정한 용모를 위하여 세심하게 살펴 주시곤 하였다. 지적받은 학생들은 집에 돌아가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때를 벗겨내는데 열중하였다. 겨우내 쌓였던 발바닥의 각질과 손등의 때를 뜨거운 물에 붇게 해서 무딘 칼이나 우둘투둘한 돌 등을 이용하여 때를 닦아 내곤 하였다. 지금은 목욕용 때밀이 수건이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귀한 물건이었다. 특히 학생들 손등에 때가 끼면 한 겨울 추위에 손등이 터서 선생님의 마음을 안쓰럽게 하곤 하였다. 때검사,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 일이었지만 밥상머리교육에 못지않은 생활교육의 근본이었다.
얼마 안 있으면 스승의 날을 맞이한다. 때검사 하는 날 있었던 재미있는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제자들의 건강과 용모까지 챙겨주셨던 스승의 은혜를 마음깊이 되새겨보자.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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