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상황속에 7일 이른 아침부터 미래저축은행 서대전점을 찾은 예금주들이 은행직원에게 가지급금 지급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민희 기자 photomin@ |
“4일이 적금 만기여서 돈을 찾으려고 했지만 은행직원이 우리는 괜찮다고 말해 기간을 연장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7일 오전 10시 연기군 조치원읍 한주저축은행 앞에서 만난 김모 할아버지(76)는 굳게 닫힌 출입문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한주저축은행 앞에는 그동안 거래해 왔던 300여명의 고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지난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보험공사로부터 부실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에 한주은행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날이 밝기가 무섭게 은행으로 달려 온 것이다.
한주저축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받은 4곳의 저축은행 중 대전, 충남 지역에 유일하게 본점을 두고 있는 저축은행.
▲연기에 본점을 두고 있는 한주저축은행에는 아침부터 3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몰렸다. |
1972년 한주은행이 설립된 이후 타 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고 한주저축은행만 줄곧 거래해 왔다는 정남례(84) 할머니. 정 할머니는 하루하루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한푼 두푼 모아 한주저축은행에 예금했다. 예금자 중에는 정 할머니와 같이 사정이 딱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 할머니는 “오랫동안 거래해 오던 은행이 영업정지라니 믿을 수 없다”며 “평생 모은 돈이 이렇게 되니 죽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신문과 뉴스 등 언론보도를 통해 소식을 들은 고객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은행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한 노인들은 부랴부랴 은행을 찾았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재차 묻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은행을 찾은 노인들은 상담은 커녕, 직원들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이미 은행 앞은 아침 일찍부터 용역사 직원들이 배치돼 고객들의 저축은행 출입을 원천봉쇄했기 때문이다.
용역직원들은 은행을 찾은 고객들에게 '가지급금 지급 안내문'을 전달하고, 예금자 설명회가 있으니 설명회 장소에 가면 보상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고객들을 돌려보냈다.
은행을 찾은 고객들은 어떤 상황인지, 이유를 묻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대답해 주는 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과 상인들이 대부분인 한주저축은행은 8544명의 개인고객이 1852억원을 예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5000만원 초과한 예금자도 4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5000만원 초과 예금액도 17억여원에 이르고, 1인당 평균 피해액은 380만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의 영업정지로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오는 10일 오전 9시부터 7월 9일까지 약 2개월간 가지급금을 지급할 계획에 있다”며 “5000만원 이하 예금자에 대해선 원금 기준 2000만원 한도내에서 지급, 5000만원 초과 예금자의 경우 5000만원 한도내에서 원금의 40%까지 2개월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금담보대출은 가지급금 수령액의 2000만원을 포함해 최고 4500만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라며, “예금원금과 이자가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자는 5000만원까지 전액 보장한다”고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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