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건물소유주 공방' 노동자만 한숨

서류상 주인, 근로계약 미루고 월급 한푼 안줘 실소유주 “확인 못해” 뒷짐… 사실상 해고 막막

대덕구 중리동의 한 건물 소유주와 피고용인들이 체불된 임금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한 피고용인들은 건물의 실제 소유주에게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건물을 타인 명의로 해놨던 소유주는 자신이 임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찜질방 등이 입주해 있는 이 건물에서는 올해 초부터 4명의 청소와 시설 관리 노동자들이 고용돼 일을 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길게는 3개월에서 짧게는 2개월 동안 일을 하며 한 푼의 월급도 받지 못한 상태다.

당초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들은 처음 노동부 취업센터를 통해 건물 소유주로 돼있는 관리소장에게 고용됐고,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관리소장이 이를 차일피일 미뤄왔다는 것. 또한 관리소장은 자신이 건물의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임금 지급을 회피했고, 이들은 건물의 실소유주에게 직접 임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실소유주 역시 자신이 당시에 명목상 소유주가 아니고 근로계약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이 건물의 명의는 실소유주로 변경됐고, 명의가 변경되기 이전 임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소유주의 입장이 계속됐다.

현재 해당 노동자들은 사실상 해고된 상태로, 복잡한 건물 소유 관계로 임금마저 받을 길이 없어지자 노동청에 건물 소유주를 고발했다.

이곳에서 일했던 A(65)씨는 “실제 소유주가 따로 있으면서 건물을 관리소장 명의로 한 것부터가 이해가 안된다”며 “소유주가 건물을 자신의 명의로 바꾼 뒤 그 이후의 급여만 지급하겠다며 원치 않으면 나가라고해 쫓겨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임금체불 신고를 접수받은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현재 신고가 접수돼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고 조사결과에 따라 곧 사건의 책임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청 신고 이후 건물 소유주 B(53)씨는 “내가 왜 노동청에 불려다니고 급료를 줘야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지만 빨리 끝내고 싶은 심정뿐”이라 며 “밀린 건물 임대료가 들어오면 임금을 주고 끝낼 생각”이라고 뒤늦게 임금 지급 의사를 내비쳤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