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친구(親舊)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친구를 사귀는 데 각종 조건과 기준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가 날로 각박해지면서 '끼리끼리' 문화가 보편화 됐기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 옷을 입지 않으면 같은 부류에 끼워주지 않는 일이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같은 반에서도 성적 차이에 따라 말도 섞지 않은 '무늬만 친구'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부류에 끼지 못한 친구를 '왕따'로 부르며 고통을 주기도 한다.
충남대 심리학과 전우영 교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랑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며 “태도, 복장 등이 비슷하면 매력과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고 '끼리끼리' 문화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런 문화는 친구 사이에 물과 기름 같은 벽을 만들었다. 또 이는 종종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 사회 문제가 되곤 한다.
지난해 대전 모 여고 학생 2명이 잇따라 자살한 사건은 오해로 생긴 벽이 원인이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올 1월 대전의 한 여관에서 고등학교 동창생을 때려 숨지게 한 여고생(19)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경제적 입장을 친구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범행 동기로 조사됐다. 친구 간 벽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통계로도 이 문제가 심각함을 엿볼 수 있다.
대전시교육청 ‘Wee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담 학생 621명 가운데 친구문제로 상담받은 학생이 97명으로 15.6%에 달했다.
상담 유형 중 학교 부적응(3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성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년시절 친구라고 해도 현재 직업과 연봉 수준에 맞춰 어울리는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벽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갈등유발 요인을 자신에게서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강대웅 바르게살기대전시협회의회장은 “항상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러면 친구간 벽을 허물 수 없다”며 “자기반성을 먼저 하고 잘못을 상대방에게 전가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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