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우리네 삶이 항상 오월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곧 봄은 여름을 위해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으로 유명한 스펜서 존슨은 『피크 앤 밸리』라는 최신작에서 '산의 정상과 골짜기는 연결돼 있어 골짜기에서도 정상을 생각하고 정상에서도 골짜기를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어느 산도 골짜기만으로 또 정상만으로 이루어진 곳은 없다. 또 계절에 따라 골짜기의 모습도 정상의 모습도 각기 다르다.
인생이란 사계절을 온몸으로 맞으며 산꼭대기와 산골짜기를 수없이 반복해 지나가는 여정이라고 한다. 골짜기에 있을 땐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트여 산 아래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다시 골짜기로 내려왔을 때는 정상에서 경험했던 것을 기억 못 하고 정상에서는 골짜기에서의 막막함을 잊어버린다. 어느 골짜기도 똑같은 것이 없고 아무리 멋진 정상도 계속되진 않는다. 골짜기에서의 험난함을 잊지 말아야 정상이 고맙고, 정상에서의 머무름이 행복해야 골짜기를 무사히 잘 지날 수 있다. 화려한 오월에 낙엽 지는 시월을 슬며시 그려보는 이유는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계절 속에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들어 있는 이유가 아닐까.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시침 떼고 도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 더미들, 도롱뇽 알 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 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김금용의 '오월의 숲에 들면' 중에서)
오월의 숲에도 언젠가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올 것이다. 준비가 없어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다.
솔제니친이 '세상에서 단 한 권의 책만 가지라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위대한 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는 책이 있다. 톨스토이가 말년에 완성했다는 『인생론』이라는 책인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두면 좋은 10가지 교훈을 알려준다.
1. 일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성공의 대가이다. 2. 생각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능력의 근원이다. 3.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끊임없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4. 독서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지혜의 원천이다. 5. 친절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6. 꿈을 꾸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대망을 품는 일이다. 7.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구원받은 자의 특권이다. 8. 주위를 살펴보는데 시간을 내라 이기적으로 살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다. 9. 웃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다. 10. 기도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인생의 영원한 투자이다. 어디 인생을 살면서 기억할 것이 달랑 10개뿐이겠는가.
하지만, 톨스토이가 노년에 고심을 한 끝에 젊은이에게 남기고픈 교훈을 선별했다니, 이 봄에 음미해볼 만 좋은 글이다.
오월엔 주변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고 사랑하자. 시월이 됐을 때 우리에게 오월은 사랑이 넘쳤다고 기억하자. 눈부신 오월에는 내 주변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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