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검찰이 밝혀야 할 의혹은 단순한 파이시티 비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최시중 씨가 “대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사용됐는지 밝혀야 한다. 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파이시티에 특혜를 줄 당시 위원으로 활동한 또 다른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에 대한 로비는 없었는지도 확인되어야 한다.
아울러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을 '세탁'해준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을 둘러싼 의혹도 규명되어야 한다. 제이엔테크가 포스코 하청업체로 선정되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박 전 차관과 '포항 맹주'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특히 7억 원의 현금을 장롱에 보관했다는 이상득 의원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이미 포스코 회장 선임과정에서 이 의원과 박 전 차관이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비리를 폭로한 측에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의 경영권을 빼앗았다는 의혹도 규명되어야 한다. 또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의 추가 비리에 대해서도 조사가 되어야 한다. 최 전 위원장은 측근을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며,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ㆍ은폐조작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받아왔다.
이명박 정권 4년간의 권력 실세들이 저지른 전횡에 비춰볼 때 지금까지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 대한 형사 처벌은 부패한 실세들을 단죄하는 긴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문제는 검은돈을 돌린 곳이 파이시티 한 곳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최 전 위원장 보좌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한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그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씨는 교육방송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해외도피 중에 있다. 이런 돈의 종착지가 최 전 위원장이 아닌지를 밝혀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최 전 위원장의 개인비리 차원을 떠나 이명박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 조성이 아니었는지를 밝히는 것도 검찰의 책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 전 위원장의 청탁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사람이 수사를 지휘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희대의 코미디가 아닌가.
한편으로 권력형 비리 사건이 정권말기에 드러나는 것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감시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제대로 된 탐사보도ㆍ의혹 제기가 충분하지 못해서, 검찰이 독립적이지 못해서 임기기 말에서야 권력형 비리가 나타나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옥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주목해야 한다.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지지 사조직으로부터 접대 받은 옥천 군민 320명에게 2억2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대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1300만원에 해당되는 관광과 향응을 제공하는 일이 적발 된 것은 금권선거의 움직임, 불법 자금의 조성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불법 선거운동을 한 사람들이 선거공신이 되고 권력형 비리의 주범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천문학적 과태료가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불법자금이 투입된 선거운동이 벌어졌다는 것을 국민과 언론이 제대로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대선 후보들도 이런 사조직의 발호를 차단할 수 있고, 권력형 비리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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