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연세소아과병원장 |
나름대로 골프를 치지 않는 몇 가지의 이유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너무 오래, 그리고 많이 권유를 받다 보니 웬만한 권유 사유는 -권유한 분에게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는 시작해보라고 권유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어져 버린 것이 가끔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내가 한 번은 '정말 그렇게 좋을까? 한 번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을 몇 년 전에 한 적이 있다. 가까운 후배가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얘기했다. “형님. 초등학교 다닐 때 소풍 가기 전 날 사이다 한 병과 엄마가 싸 주시는 김밥을 생각하면 가슴 설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나이 먹으면서 그렇게 가슴 설레던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시던가요?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제가 골프장 가기 전 날 그렇게 가슴 설레 잠을 설치곤 합니다.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습니다.”
'아~ 가슴이 설렌 경험을 했다니…' 당장 골프채를 하나 사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지금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 젊어서 골프를 시작한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 골프 쳐도 재미가 없어.손님을 접대할 일이 있으면 모를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가슴 설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귀한 삶의 경험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살지만 무엇이 행복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것인지 알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에피쿠로스 학파는 '내가 가진 것보다 바라는 것이 더 많으면 불행하고, 거꾸로 가진 것이 더 많으면 행복한 것'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이미 2000년 전에 설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가슴에 와 닿는 행복을 얘기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행복을 '가슴 설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찾아보라고 권유하는 심리학자의 글을 보았다. 우리는 가슴 설레는 일이 많아야 한다.
첫사랑을 만나 사랑할 때 데이트 약속을 정해놓고 전날 밤에 잠 못 이루는 젊은이는 행복하다. 큰 사업 계약을 앞두고 걱정과 성사 후의 성취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젊은 사업가도 행복하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선거에 뛰어들어 당선되고,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가슴 설렘으로 잠 못 자는 선량(選良)도 행복할 것이다.
젊은이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큰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슴 설렐 수 있다. 작은 일에 감동하고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을 스스로 계속한다면 말이다. 이른 봄, 집 앞의 나무에 싹이 트면서 하루하루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내일은 얼마나 더 큰 성장을 보여주려나' 하는 기대로 작은 가슴 설렘을 느낄 수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내 몸과 마음이 봄날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꽃이 활짝 피듯이 생동감을 느끼는 경험을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도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세상사가 힘들고 나와 내 가족이 하고 있는 일이 설사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작은 일이라도 세상에서 내가 받은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들의 고생은 먼 미래를 위해 뿌려놓는 거름이라는 생각으로 이해한다면 움츠리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가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설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일에도 가슴 설레는 연습을 한다면 무심코 지나쳤던 내 일상 중에서도 가슴 설레는 일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이 화창한 봄에 하게 된다.
봄에는 가슴 설레는 일들을 하나씩이라도 만들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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