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집짐승 기르기 - 토끼와 함께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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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집짐승 기르기 - 토끼와 함께한 추억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2-05-01 13:55
  • 신문게재 2012-05-02 21면
  •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봄내음이 솔솔 바람타고 흐른다. 민들레와 냉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각자 뽐내고 있고 나름대로 향기를 내뿜고 있다. 연초록 어린잎들은 햇빛에 하늘거리고 잔디싹을 비롯한 여러 싹들이 새봄을 맞으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새싹이 피어오르는 잔디밭을 뛰노는 흰 강아지의 모습이 싱그럽기만 하다. 때로는 새싹을 음미하기도 한다.

이제는 애완동물이 유행하면서 강아지나 고양이 또는 외국에서 들여온 여러 가지 귀여운 짐승들을 아끼면서 기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집짐승을 많이 기르곤 했다. 그러나 집짐승을 기르는 목적이 지금처럼 단순히 애완동물에 머무르지는 않았다. 어린 새끼들을 잘 돌보며 기르다가 다 크면 살림밑천으로 삼기도 하였다. 특히 강아지나 병아리, 토끼들과 같은 작은 집짐승을 길렀다. 강아지 같은 경우는 어느 집 암캐가 새끼를 낳으면 온 마을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강아지를 사고팔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마을에서는 강아지를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어 키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강아지는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강아지를 사고파는 것은 그만큼 인심이 각박하다는 또 다른 상징으로 여겨졌다.

토끼의 경우는 사고팔았는데 암ㆍ수 한 쌍으로 사다가 기르면서 많은 새끼치기를 염원하였다. 어떤 짐승이든지 어린 새끼는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지 모른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강아지를 얻어다 키우거나 어린 토끼를 사다가 키우고 싶어서 엄마와 아빠를 조르기까지 하였다. 강아지를 기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토끼를 기르는 것은 다른 집짐승들보다 정성을 기울여야 했다. 우선 토끼장을 만들어야했다. 지금처럼 나무판재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토끼장을 만들 만한 판재를 구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귀하디귀한 나무판재로 된 나무상자를 구하면 뛸 듯이 기뻐했다. 토끼장은 잘 만들어야 했다. 족제비라는 녀석이 건듯하면 새끼 토끼는 물론이고 병아리나 큰 닭까지도 잡아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사로 조밀하게 망을 떠서 토끼장을 만들었다. 아울러 토끼는 항상 토끼가 잘 먹는 토끼풀이나 토끼과자, 씀바귀 등을 뜯어다 주어야 했다. 새끼토끼를 구한 며칠 동안은 잘 뜯어다 먹이지만 어느 정도 호기심이 지나면 토끼풀 뜯는 것도 엄마, 아빠의 몫이 되곤 하였다. 이런 어린 자식들을 보고 다시는 토끼를 기를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린 자식들이 조르면 또 구해주는 것이 어버이의 마음이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하루쯤은 토끼를 기르기 위해 풀을 뜯으러 다니던 추억에 잠겨보자.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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