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6시 30분, 충남대 경상대학에서 만난 청소용역노동자 이은만(63)씨의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올해로 9년째 이 대학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이씨는 보통 동료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 이른 시각, 아직은 정적이 감도는 캠퍼스에서 어김없이 이씨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 충남대 청소용역노동자 이은만씨의 하루는 건물외곽 청소로 시작된다. |
여성노동자들은 주로 강의실 내부 등을 청소하고, 이씨는 건물 외곽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교 시간 무렵, 이씨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학생들이 오기 전에 눈에 띄는 곳은 빨리 정리를 해놔야 해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기도 하죠.” 그렇게 이씨가 오전 일과를 마친 시각은 대략 11시께. 이른 아침부터 4시간 넘게 쉬지 않고 일해야 오전 일과를 마칠 수 있다.
잠시 숨을 돌린 이씨가 늦은 아침인 지, 이른 점심인 지 모를 끼니를 때우러 학생회관으로 향한다. 학생식당에서 2500원짜리 식사로 끼니를 때우고 이씨가 향한 곳은 쪽방을 연상케하는 당직실 한켠의 공간. 잠시 발을 뻗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다.
이씨가 나지막히 말문을 연다.
“새벽에 나오다보니 아침은 대부분 거르고 점심 값이 아까워 도시락이나 라면으로 한끼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아요. 몇 푼 안되는 돈 받아서 몇 식구가 먹고사는데 매일 점심 사먹고 나면 남는 돈이나 있겄수.”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시 3시간 가량 건물 전체를 청소하고, 오후 5시가 돼서야 이씨는 일터를 나선다.
이씨가 이렇게 한 달을 일하고 버는 돈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돈으로 모두 네 식구가 한 달 생활을 꾸려가야 한다. 큰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보태고 있지만 용돈 벌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나는 예전에 조금이라도 모아둔 돈이 있어 생활하고 있지, 이 돈 받아가지고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어. 아들 녀석들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그런거 생각하면 막막해….”
잠시 뒤 함께 일하는 청소노동자 몇몇이 이씨를 찾아왔다. 이들은 지난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매년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노동자인 이 대학 청소노동자 80%가량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지난 연말 이들이 고용돼 있던 용역업체의 부도로 한달 치 월급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이후 이들의 신세한탄이 늘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월급 100만원 이하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한달 치 월급과 일년 치 퇴직금은 적지 않은 돈이다.
지난 3월 새 용역 업체가 들어왔지만 아직 정식 근로계약이나 임금 협상을 체결하지 못했으며, 떼인 월급과 퇴직금은 어디서 받아야 할 지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최모(57)씨는 “학교 측에서는 퇴직금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지만 새로운 용역업체는 아직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평소에는 한 식구내 뭐내 하지만 정작 일이 생기면 회사측에 모든 것을 떠넘기고 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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