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동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이 동요를 듣고 있으면, 솔솔 부는 봄바람에 겨우내 움츠렸던 온 세상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따사로운 햇살이 그 구석구석까지 생기를 불어넣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아! 그러나 걱정부터 앞서니 어찌하면 좋을꼬? 그 봄바람이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과 피해를 주는 쌩쌩 부는 무서운 바람으로 바뀌고 있으니. 지난 4월 3일과 10일에 전국에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줄을 이었다. 전국적으로 강풍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태풍급의 강풍이 남서해안을 덮쳐 27억원의 피해를, 그리고 산간지방에 강풍과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등 전국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또한 폭풍 시즌에는 세계적으로 연안의 폭풍해일 등으로 인한 피해도 엄청나다. 2005년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2541명, 1959년 일본에서 이세만 태풍으로 5041명이 희생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매스미디어에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기후현상들” 이라고 흔히 표현한다. 게다가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이상기후현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고자 할 때, 과거 자료의 패턴 분석을 통해 모델을 만들고 이러한 모델에 경계조건들을 부여해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모델 작성에 있어 기본이 되는 과거 자료가 문제가 된다. 예로, 굽이치며 흐르는 강의 한 지점에서, 강이 흐르는 곡선 패턴을 분석한다고 할 때, 과연 여기서 분석된 패턴만을 가지고 강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 바다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숲속 입구의 몇 그루의 나무만을 관찰해 이 숲 전체에 어느 수종이 우점하고 어떤 특징을 갖는 숲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과거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예측에서도, 좀 더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장주기와 단주기 양쪽의 패턴을 분석해야만 그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미래기후를 예측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수많은 모델이 개발되었으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여하는 수많은 인자들이 서로 복잡하게 작용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원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큰 원인은, 위에서 강과 숲의 예를 든 것처럼, 모델을 만들고 검증하는데 쓰이는 과거 모니터링 자료의 확보기간이 불과 수 십 년으로 너무 짧아, 모델의 검증이 어렵다는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수 만 년이나 수 천 년 단위의 장주기로, 그리고 그 장주기 속에서 수 십 년이나 수 년 단위의 단주기로 기후변화가 반복되어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현상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 지에 대해, 과거 수 십 년의 모니터링 자료만으로 신뢰성 높은 예측을 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해수면이 현재와 유사하거나 높았던 장주기 중 어느 시점의 기후변화가 현재와 유사하고 또한 어떻게 변해 갔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면, 미래 예측에서도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어느 연안에 폭풍해일이 발생해 당시의 해수면보다 수 m 높은 연안의 배후지에 파도가 덮쳐 침수가 일어났었다면, 이 때 파도와 같이 밀려 온 모래, 자갈, 미생물 잔해 등이 그러한 배후지 어딘가에 쌓여서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면 당시의 연대, 침수범위와 빈도 등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교란되지 않은 퇴적층의 격자 상 지점들에서 깊이별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당시의 지형도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과거의 연안지표환경 복원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수 백 년에서 수 만 년 전에 일어났던 연안지표환경 변화를 복원하기 위해 땅속에서 그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비가 많이 들뿐 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 인력의 장기간 투입이 요구된다. 그 노력과 수고의 결정체가 미래 연안환경변화 예측에 도움이 된다면 이 또한 큰 보람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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