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초려선생에게 이름이 부끄러운 세종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달우]초려선생에게 이름이 부끄러운 세종시

[시사 에세이]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2-04-30 14:57
  • 신문게재 2012-05-01 20면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을 조절하여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일은 우리의 현안과제 중 하나다. 이런 취지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년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이 발족되었다. 행정수도 건설은 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국가적 요청이기도 한 셈이다. 마침내 2004년 1월 16일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이 공포되었고, 2004년 5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2004년 7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같은 해 10월 위헌판결이 선고되어 신행정수도건설 업무가 중단되었다. 이후 2005년 3월 18일 '행정도시'로 격을 낮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공포되면서 도시건설이 재개되었다. 2006년 1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개청되었고, 같은 해 12월 행정도시의 이름을 '세종시'로 확정했다.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국민적 여망 속에 세종시가 출범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세종시를 단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 시장, 교육감도 뽑았다. 아파트 분양도 다른 도시보다 청약률이 높다고 한다.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의 미래지향을 담보하는 '개혁도시'라는 명분도 탄탄하다. 행정도시건설청에서는 '세계적인 모범도시'를 약속하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누구도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세종시의 앞날은 밝다고 생각된다.

세종대왕은 민생의 안정은 물론이고, 학문을 장려하고 한글을 창제하는 등 우리 역사상 문화적 전성기를 이끈 위대한 제왕이다. 도시의 이름을 '세종'으로 한 것은 '세종'의 치세를 이념적 지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세종시'가 표방하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도시'라는 도시건설의 기본방향에 딱 맞는 이름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보전, 계승하여 정체성 있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세종시의 도시이념과 전혀 상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현재 세종시 권역내에 있는 조선 중기의 대유현 초려 이유태 선생의 묘역, 신도비, 서원 등에 대한 문화재 및 역사공원 지정에 관한 일이다.

초려 선생의 묘역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8년 전인 2004년에 연기군에서 충남도청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였는데, 그 해에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문화재 지정 업무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후 초려선생기념사업회 등에서 누차 묘역보전과 문화재 지정을 촉구하는 청원을 청와대 등 관계 요로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도시건설청이나 토지주택공사에서는 선생의 유적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등 아직까지도 문화재 및 역사공원 지정 등에 대한 확실한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초려 선생은 무려 4만여 자에 달하는 장문의 상소인 기해봉사에서 국정전반의 개혁과 쇄신을 주장하였던, 국리민복을 추구한 탁월한 개혁사상가이자 실학적 경세론자였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초려 이유태 선생이야말로 세종시를 대표하는 상징인물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의 학문과 사상이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개혁도시라는 세종시의 도시이념과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시가 앞장서서 초려 선생의 현창사업을 벌여도 시원찮을 판에 선생의 유적을 개발과 건설의 장애물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보면, 세종시가 내걸고 있는 도시이념이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며칠 전 세종시를 지나면서 대로변의 물웅덩이에 방치된 채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흙탕물 속에 파묻히는 초려 선생의 신도비를 보았다. 흙투성이가 된 신도비가 마치 역사와 문화 앞에 서 있는 초라하고 왜소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게 내세우는 '세종시'라는 이름이 초려 선생의 학문과 사상에 비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뿐인가? 국민들에게는 뭐라 변명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또 뭐라 말해야 한단 말인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