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러나 과연 목격자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증인신문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목격자의 증언은 그다지 신빙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심리학자의 실험결과를 보면 흥미롭다. 우선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한 줄로 늘어서서 목격자로 하여금 범인을 지목하도록 한다. 이러한 경우에 수사관이 이 중에 분명히 범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목격자들은 수사관의 말을 믿고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이 때문에 그 중 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억이 수사관에 대한 믿음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다. 기억의 부정확함은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면 분명하다. 대형마트에 가서 물건을 산 후 하루 정도 지나 계산대에서 물건 값을 계산해 준 계산원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가? 분명히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사실 계산원의 얼굴을 기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며칠, 몇 달, 심지어 수년이 흐른 뒤에 목격자의 증언이 정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판은 이러한 부정확한 목격자의 증언에 의지해 재판을 해 나가게 된다. 목격자의 부정확한 기억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여자와 남자는 보는 관점이 다르며 나이에 따른 기억력의 차이가 있으며 범죄의 유형, 사건의 복잡성, 지속기간과 목격자 자신의 실제 사건 개입여부 등이 목격자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 당시 주변이 어두웠는지 여부, 하루 중에 언제 일어났는지, 다른 사람이 현장에 몇 명이나 있었는지 등 단순한 요인들도 관련이 있으며 특히 목격자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회상이 부정확한데, 총이나 칼이 사건과 관계가 있게 되면 그러한 무기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져 목격자의 기억의 정확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무기집중효과'라고 한다.
또한 법적 제약과 같은 사회제도도 영향을 주며 범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대, 즉 여론 역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치적인 태도, 편견 등도 이러한 부정확성을 더 하게 하며 어떠한 유명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언어사용 역시 영향을 미치는데, 자동차 충돌사고에 있어서 질문자가 어떠한 언어를 사용해 묻는지 따라 자동차 충돌 후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이러한 부정확한 목격자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것이 인간이 만든 재판절차의 한계인 것이다.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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