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불편한 진실이 되어가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육동일]불편한 진실이 되어가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고]육동일 충남대 교수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 승인 2012-04-29 13:30
  • 신문게재 2012-04-30 20면
  • 육동일 충남대 교수육동일 충남대 교수
▲ 육동일 충남대 교수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 육동일 충남대 교수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최근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논의가 다시 본격화 되고 있다. 2010년 10월 1일 제정된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2011년 초에 출범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로 하여금 올해 6월 말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다음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14년에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래 지방행정의 큰 그림도 없이, 개편추진의 원칙과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데다가 국민여론의 수렴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땜질식 처방으로 마련한 특별법이었다. 그렇지만, 이 법에 명시한 일정에 따라 지방행정체제 개편작업이 진행되면서 그 불편한 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3일, 추진위는 본회의를 통해 진주ㆍ사천, 고성ㆍ통영ㆍ거제 등이 포함된 15개 지역에 대한 통합을 여론조사를 거쳐 의결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말 충남도청이 이전하는 내포신도시의 홍성ㆍ예산을 비롯 경북 안동ㆍ예천, 전남 여수ㆍ순천ㆍ광양의 7개 지역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 여론조사도 없이 통합하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당초 주민여론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와 정면으로 반하고 있는 결정이어서 해당 지역은 물론 전문가와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고사하더라도 추진위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무리하게 결정했다고 하니 그 오만과 독선이 불편한 수준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지방행정체제는 아무리 그 필요성이 시급하다 해도 일거에 변경할 수 있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새로운 행정체제를 설계해서 지방의 통치를 효율화시키고 국가차원에서 경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ㆍ군통합 같은 행정구역개편은 국가경영과 일선행정의 기본단위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국가 문제다. 나아가, 향후 지방자치의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재구조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차원에서 현명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이 지방행정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합의와 지역전체의 동의를 반드시 거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은 언제나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대전과 충청지역의 미래발전은 물론 지역주민의 삶의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대전시민과 충청민은 행정체제 개편 추진의 주체자로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방향으로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다음 사항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추진위는 구의회를 모두 폐지하고 광역시의 구청장을 임명제로 환원하는 등 지방자치가 없던 과거로 돌아가려고만 한다. 지방행정체제개편도 선진국이 수십년전에 시행했던 통합과 합병의 원시적인 방법만을 흉내내려 한다. 그야말로 “왜 이러는 걸까요?”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의 목표와 방식이 과거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성과를 임기 말에 성급히 내고자하는 조바심이 무리한 추진으로 나타난 것이다. 추진위는 지금이라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사안마다 각론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그 기본 청사진부터 총론적으로 제시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행 지방자치의 큰 문제점은 자치단체간 협력이 거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그렇다고 통합이 되면 저절로 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리하게 통합된 창원ㆍ마산ㆍ진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자치단체간 협력할 줄 알아야 통합이 수월하게 될 수 있고, 또 통합후에 협력도 기대한 만큼 이루어 질 것이다. 지금은 자치단체간 통합보다 협력에 주력해야 할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