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충남대 교수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
미래 지방행정의 큰 그림도 없이, 개편추진의 원칙과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데다가 국민여론의 수렴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땜질식 처방으로 마련한 특별법이었다. 그렇지만, 이 법에 명시한 일정에 따라 지방행정체제 개편작업이 진행되면서 그 불편한 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3일, 추진위는 본회의를 통해 진주ㆍ사천, 고성ㆍ통영ㆍ거제 등이 포함된 15개 지역에 대한 통합을 여론조사를 거쳐 의결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말 충남도청이 이전하는 내포신도시의 홍성ㆍ예산을 비롯 경북 안동ㆍ예천, 전남 여수ㆍ순천ㆍ광양의 7개 지역은 국가의 필요에 의해 여론조사도 없이 통합하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당초 주민여론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와 정면으로 반하고 있는 결정이어서 해당 지역은 물론 전문가와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고사하더라도 추진위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무리하게 결정했다고 하니 그 오만과 독선이 불편한 수준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지방행정체제는 아무리 그 필요성이 시급하다 해도 일거에 변경할 수 있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새로운 행정체제를 설계해서 지방의 통치를 효율화시키고 국가차원에서 경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ㆍ군통합 같은 행정구역개편은 국가경영과 일선행정의 기본단위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국가 문제다. 나아가, 향후 지방자치의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재구조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차원에서 현명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이 지방행정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합의와 지역전체의 동의를 반드시 거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은 언제나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대전과 충청지역의 미래발전은 물론 지역주민의 삶의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대전시민과 충청민은 행정체제 개편 추진의 주체자로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방향으로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다음 사항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추진위는 구의회를 모두 폐지하고 광역시의 구청장을 임명제로 환원하는 등 지방자치가 없던 과거로 돌아가려고만 한다. 지방행정체제개편도 선진국이 수십년전에 시행했던 통합과 합병의 원시적인 방법만을 흉내내려 한다. 그야말로 “왜 이러는 걸까요?”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의 목표와 방식이 과거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성과를 임기 말에 성급히 내고자하는 조바심이 무리한 추진으로 나타난 것이다. 추진위는 지금이라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사안마다 각론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그 기본 청사진부터 총론적으로 제시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행 지방자치의 큰 문제점은 자치단체간 협력이 거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그렇다고 통합이 되면 저절로 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리하게 통합된 창원ㆍ마산ㆍ진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자치단체간 협력할 줄 알아야 통합이 수월하게 될 수 있고, 또 통합후에 협력도 기대한 만큼 이루어 질 것이다. 지금은 자치단체간 통합보다 협력에 주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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