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따산즈 798, 인사동 그리고 대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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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따산즈 798, 인사동 그리고 대흥동

[문화 초대석]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승인 2012-04-29 13:19
  • 신문게재 2012-04-30 20면
  •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중국 베이징의 따산즈(大山子) 지역에 있는 798예술지구(이하 798)는 동북아 최대의 국제적인 예술의 거리다. 1990년대부터 예술가들의 활동이 시작된 이 거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그곳은 예전에는 군수시설을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였다. 1950년대에 건설된 이 공장들이 예술 공간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중국 특유의 사회구조 덕이 크다. 토지와 건물 등의 공공재를 소유한 국가가 예술의 거리 조성이라는 정책목표를 확실하게 뒷받침했다.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들 듯이 무기공장을 예술공장으로 뒤바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조만간 도쿄의 모리미술관에 버금가는 수천평 규모의 사립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니 798의 지위는 점점 더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798이 예술의 거리라는 핵심 내용을 잃고 지나친 상업화에 경도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 많은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낮은 곳으로 이주했고,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다수의 갤러리들이 철수한 상태다. 아직 미술관 제도와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중국 현대미술의 허약한 체질도 문제다. 그러나 중국의 사회구조는 정책적 판단에 의한 통제와 규제의 힘이 막강하다. 아무리 무늬만 사회주의라지만 그래도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토지공개념이 있다. 카페나 음식점의 규모를 일정 비율 이상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하니, 예술의 거리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정책적 관점이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인사동은 베이징의 798과 비교해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원래 인사동은 갤러리들과 화방, 골동품점이 있는 조금은 후미진 거리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사동전통문화 살리기 운동이 벌여져 대대적인 거리정비와 주말의 차없는 거리 행사 등이 이어지면서 서울시민은 물론 외국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문화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문화적 수준의 하향평준화라는 아픔이 있다. 좋은 전시를 보여주던 전시공간들은 하나 둘 빠져 나가고 대부분이 대관화랑들만 들어서 있다. 품격있는 골동품보다는 가짜 문화상품들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음식점들만 가득하다. (예술)생산은 부실하고 (문화)소비는 풍성하니,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대전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다차원적인 노력이 한창이다. 원도심의 주민과 상인들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일이다. 이제는 활성화된 원도심의 미래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전망을 만들어나갈 시점이다. 원도심의 비전 가운데 하나로 예술 프로젝트를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다수의 시민들에게 대흥동은 문화의 거리라는 인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문화의 거리라는 개념은 좀 막연하다. 문화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하나마나한 소리 말고, 어떤 문화를 특성화할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사람이 몰리고 상권이 활성화 한 대전의 원도심. 누구나 기대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화의 거리라는 허상을 좇아 거리로 나선 대중을 속이는 공간이 아니길 바란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도시에도 품격이 있다. 싸구려 키치문화로는 품격있는 문화도시를 기대하기 어렵다. 타도시의 문화의 거리들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콘텐츠가 점점 빈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예술생산 없는 문화소비는 위험하다. 문화의 거리를 문화소비의 공간만이 아니라 문화생산의 거점으로 삼기 위하여 예술을 활성화 하려는 노력,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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