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가 해외영농사업을 추진하면서 작성한 각종 보고서. 2008년 11월 각계전문가 10명의 현지조사 이후 작성된 종합검토의견 첫 항목에 캄보디아 옥수수 도입사업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눈에 띈다. |
더욱이 캄보디아에서 국유지로 받으려던 5000㏊의 농지에 대해 소유권이 불분명한 정황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데다, 현지 관련법도 무시된 투자협약(MOU)까지 맺었다.
이처럼 부실하게 추진된 충남도 해외식량기지사업은 참여 농민들만 피해를 키운 가운데 '충남도에 사기를 당했다'는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27일 본보가 입수한 충남도 캄보디아 해외농업협력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충남도는 종합검토의견을 통해 '현재 국제옥수수 가격이 하락된 상태에서 캄보디아산 도입은 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음'이라며 사업성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충남도가 2008년 11월10일부터 16일까지 7일간 축산과장을 단장으로 각계 전문가 10명이 참여한 가운데 현지를 정밀히 조사해 2009년 1월 29페이지에 걸쳐 작성 보고됐다.
충남도는 보고서에서 “옥수수 품질 등을 고려할 경우 캄보디아 산이 미국산보다 20% 수준은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며 “당시 옥수수 가격이 미국산 210달러, 캅보디아산 192달러”로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했다.
이어 농업생산기지에 대해 “또 다시 오지 않은 좋은 기회로 판단된다”고 평가하고는 “투자 최소화로 리스크를 낮추고 장기적인 입장에서 조심스레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신중론처럼 보이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발 빼기'의혹도 받고 있다. 금방이라도 농민들에게 5000㏊의 농지를 공급할 것처럼 호들갑스레 사업을 밀어붙이던 것과는 정반대 입장이었다.
이 같은 보고서 이후 충남도의 해외영농 투자는 사실상 크게 후퇴했다. 충남도는 5000㏊에서 옥수수를 재배할 때 도정시설(22억원), 건조장 2000㎡(4억원), 농장과 항구 곡물사이로 12기(5억4000만원), 농기계 5종 165대(69억원) 등 모두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농지를 마련하기 어려워진 것을 계기로 충남도는 모든 투자를 사실상 중단하고 농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우창 충남해외영농대표는 “농민들이 토지를 마련하고 농사를 지어 성과물을 내올때까지 모든 투자를 유보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떠밀었다”며 “이 같은 방식은 충남도를 믿고 현지에 나간 농민들을 고립시키고 사업을 난항에 빠트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반테엔 미연쩨이주지사가 제공하기로 한 5000㏊의 토지에 대한 기본 소유권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충남도는 2008년 11월 현지조사에서 캄보디아 반티에 미연쩨이주 스바이쩨이군 슬로카람면 지역 5000㏊ 토지를 답사하면서 소유권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됐지만 무시됐다. 오히려 반디에미연쩨이 주지사가 CDC(캄보디아발전위원회) 승인까지 받은 국유지로 확신하고는 이곳에 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에게 토지조사 등 막대한 비용을 떠넘겼다.
취재결과 문제의 토지는 캄보디아 군부 출신 유력 정치인이 정부로부터 30~40년 임업개발권을 받았던 것으로 널리 알려졌었다. 따라서 실제로는 국유지로 보기 어려웠다.
캄보디아 현지 토지관련 법령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주지사의 권한을 넘어서는 MOU가 체결되는 해프닝도 연출됐다.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는 2008년 10월 2일 5000㏊의 토지 제공을 골자로 농업교류 협정을 체결했지만, 당시 반디에 미연쩨이주지사에게는 그 같은 권한이 없었다. 취재 결과 캄보디아 훈센 정부는 MOU체결 직전인 2008년 9월 25일 총리령으로 지방정부의 토지 조차권을 모두 중앙정부로 회수했다. 국유지를 이용한 지방정부 부패문제가 이어졌고 중앙정부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조치였다.
따라서 이전까지 1000㏊이하 토지의 조차권을 가졌던 주지사의 권한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고 협약은 무용지물이었다.
이 같은 내용을 전혀 몰랐던 충남도는 “5000㏊의 정부 토지를 제공하겠다”는 캄보디아 측 말만 믿었다가 결과적으로 해외농업에 진출하려던 농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충남도와 충남해외영농의 현황보고가 해외영농진출의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작성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는 현지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처지와 상황에 따라 보고내용을 멋대로 해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충남도-반티엔미연쩨이주 해외농업교류 협력사업 회의 결과'에서 충남도는 2009년 1월 19일 전략회의 석상에서 사실상 토지임대를 포기했다.
반티에 미연쩨이주에서 제공토지 대부분이 조사 결과 농사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5000㏊ 가운데 10%인 500㏊만 옥수수 재배가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외 지역은 토양이 척박해 작물재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슷한 시기 충남도가 작성한 '캄보디아 해외농업협력사업 조사결과(요약)에서 '옥수수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라는 결론과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다.
현지 토지적합성 세부조사에 나섰던 정석재(전 국립과학농업기술원) 박사도 옥수수 재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지역으로 밝혀 보고서의 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 박사는 “5000㏊를 전수조사 했는데 점질토가 조금 많았지만 비교적 옥수수 농사에 적합했다”고 말했다.
김용필(농수산경제위) 충남도의원은 “충남도와 도지사라는 행정이 나서지 않았다면 농민들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캄보디아에 전재산을 걸고 진출하려 했겠냐?”며 “상황이 어려워지자 농민들만 앞세우고 슬그머니 빠진 충남도는 농업에 대한 테러이자 농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당시 여러 보고서가 작성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약간의 시각적 오차가 존재할 수 있다”며 “토지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토지국장과 주지사가 강력히 입장을 밝혀와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토지 조차권이 중앙정부로 귀속된 것은 협약 이후 알게됐다”며“국유지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사업을 강력히 추진했던 (이완구)도지사도 없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사업을 조심스레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대전ㆍ캄보디아 프놈펜=맹창호ㆍ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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