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 (두리한의원장ㆍ한의학박사) |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모교 병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일이다. 당시 나는 3의국 의국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전공의들은 석사과정을 밟는 경우가 많았고, 또 각 교실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학위논문 발간 등의 실무를 처리하는 일이 잦았다. 친구의 친구로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인쇄업자가 나를 찾아와,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좋은 품질로 논문을 출간해줄 테니 자기에게 그 일을 맡겨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주면 내 논문은 공짜로 내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불운하게도 내가 막사이사이 이야기를 읽은 게 그 즈음이었을 것이다. 지금 같으면 얼씨구나 좋다고 덥석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스물아홉 젊었던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머쓱해하는 그 친구에게 막사이사이 이야기를 했던가, 안 했던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튼 내 큰 아이가 그 즈음에 막 태어났던 것이고, 난 좋은 아버지는 못될 것을 미리 알았지만, 공짜 밝히는 아버지는 되지 말자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럼에도 대머리는 되었는데, 공짜를 속으로만 밝혀도 대머리가 되는 줄은 몰랐다.
최시중과 박영준이라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권의 실세들이다. 최시중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무 말이든 할 수 있는 유일한 국무의원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실제로 그는 방송통신위원장이 되어 아무 일이나 막 했다. 임기가 보장된 방송사 사장들을 잘랐고 아무 잡놈이나 그 자리에 앉혔으며 그래서 그 잡놈들은 기자와 피디들을 마구 자르고 있다. 박영준 또한 누구 부럽지 않은 권세를 누렸다. 그런 자들이 뇌물을 수십억씩 받아먹었단다. 재벌 회장과 연예인을 끼고 한 자리에 수천만 원 하는 술판을 여러 차례 즐기셨다는 보도도 나왔다. 궁금해서 두 사람 학력을 살펴봤다. 최시중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고, 박영준은 고려대학교 법학과 출신이다. 학벌로는 정말 남 부럽지 않은 학교들이다. 어려서 수재ㆍ영재 소리를 제법 들었으리라.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자리에 오래오래 있던 자들이 왜 이렇게 거지같은 짓을 하는 걸까. 최시중은 그 돈을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 만드는데 썼다고 한다. 말대로라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박영준은 제 아파트 산다고 십억 원을 달래서 받았단다. 도대체 얼마나 큰 이권이 걸렸길래 십억, 육십억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가는 것일까.
어려서 흉악한 소식(그래봤자 돈 떼먹고 달아난 계주 이야기랄지, 남편이 무능하다고 아이들을 떼어놓고 팔자 고친 여편네 이야기랄지 하는 정도다)을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나누시다 내가 들어올라치면 아이들 들을까 무섭다며 입단속을 하시던 어머님이 생각난다. 최시중과 박영준 모친들은 바늘 훔쳐오면 장하다, 장하다 키웠던 것인가. 왜 이렇게 인간들이 겁이 없는가. 개탄스럽고 기가 막힌다.
글 서두에 적은 필리핀은 한국전쟁 참전국이다. 에티오피아도 그랬고 콜롬비아도 파병했다. 터키, 태국도 남의 나라 전쟁에 자국 병사를 보냈다. 그리고 지도자를 잘 못 뽑아서 나라가 거덜났다. 아이들 볼까 겁나는 일은 기왕지사 벌어졌으니 제대로 수사해서 죗값을 치르게 하고, 남은 일은 12월 대선이나 잘 치러보자. 이번에도 잘 못 뽑으면 진짜 나라 거덜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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