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클수록 임금이 높다', '과도한 국ㆍ영ㆍ수 과외가 자녀의 공격성을 키운다', '인류는 무언가를 찾는 데 하루에 139분을 소비한다' 등 하루에도 수십 개씩 그럴싸한 연구결과들이 언론과 학술지를 통해 발표되고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꽤나 흥미로운 주제로 보이지만 그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수식과 용어로 우리 눈을 현혹하는 쓸데없는 성과들일 뿐이다. 인류가 무엇을 찾는데 쓰는 시간이 얼마인지는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으며, 그 논문이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 마티아스 빈스방거 저 |
학계에 넘쳐나는 쓸모없는 연구결과들은 출간된 논문의 개수와 복잡한 수식, 난해한 논리로 교수들을 경쟁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계와 의료계, 교육계뿐만 아니라 경제 전 분야에 걸친 폭넓은 사례와 풍부한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죽은 경제학자의 허상만 강요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유머러스하고 통쾌한 반격을 날린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시장과 경쟁의 관계, 인위적인 경쟁이 불러일으키는 환상을, 2부에서는 사회 곳곳에서 생산되는 허튼짓을 소개하고 이런 허튼짓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진행자이자 『문제는 경제다』의 저자 선대인은 감수의 글을 통해 입시경쟁, 스펙경쟁, 입사시험경쟁, 승진경쟁, 성과급경쟁, 아파트 평수 경쟁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건전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 문제의 근원인 무자비하고 무의미한 경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약자에 한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의 당부와 더불어 저자가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무의미한 경쟁을 저지하기 위한 7가지 원칙을 귀담아 듣는다면, 죽은 경제학자의 망령과 유쾌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맵/ 마티아스 빈스방거 지음/선대인 감수/김해생 옮김/288쪽/1만3000원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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