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최근 밝혀진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18.3%가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한 적이 있으며 15.7%는 가해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의 34%가 학교폭력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초등학교가 가장 심하고 학년이 내려갈수록 더 심하다는 사실에서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즉, 초등 4~6학년이 46.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초등 1~3학년이 26.5%, 중학교 1학년이 12.5%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10대 청소년의 수가 전국적으로 7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청소년도 연간 4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통계를 보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청소년들의 폭력은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생각에 자조적인 한숨부터 나온다.
결국 이같은 학교폭력은 자살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의 31%가 자살을 생각해보았다는 통계는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하여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지 교육부의 책임, 교사들의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는 없다. 모든 것이 가정교육에서 출발함을 생각해볼 때는 부모들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가정과 사회와 학교의 3자 공동책임이랄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유교적 영향이 강하여 어려서부터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최대의 덕목으로 가르쳐 왔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는 '붕우유신(朋友有信)', 즉 “벗의 도리는 믿음에 있다”는 한마디의 가르침으로 족했던 것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인 '인륜(人倫)'을 바탕으로 한 바로 '인성(人性)'에 대한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인성은 인간성, 인격, 인간 등과 같은 뜻의 말로 '사람의 성품'을 가리키기도 하고 또는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그래서 성현들의 가르침에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씀은 바로 이 인성의 의미를 바른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해결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인성을 되찾게 해주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인성이 바른 사람은 친구와 싸울 일도 친구를 괴롭힐 일도 없을 것이고 그것은 바로 '오륜'의 실천으로 연결되어 나라에 애국하고, 부모를 공경하고, 부부간에 화목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친구간에 믿음이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도 개교 초기에는 '인성 중심대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입학하면 2박3일간 인성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곤 했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인성의 가치가 취업에 밀려 언제부터인가 '취업 중심대학'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성'이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은 변치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교육부가 국가 차원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해 발표한 '학교 진로교육의 목표와 성취 기준'도 아쉬움이 크다. 가장 중요한 '인성'에 대한 강조가 빠졌기 때문이다. 인성을 바탕으로 한 자아 이해와 사회적 역량개발, 인성을 바탕으로 한 진로탐색이 이루어져야지, 인성이 빠지면 모두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라도 다시 인성을 강조하고, 인성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요즘 세태를 보며 느끼는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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