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원]함께 사는 지혜로 높아지는 삶의 품격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윤원]함께 사는 지혜로 높아지는 삶의 품격

[수요광장]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 승인 2012-04-24 14:33
  • 신문게재 2012-04-25 21면
  •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
▲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자들은 올해의 단어로 '아랍의 봄(Arab Spring)'을 누르고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을 선정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산층 비율이 2000년 71.7%에서 2010년 67.5%로 줄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중산층도 그동안 어지간히 쥐어 짜인 셈이다.

중산층의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연봉정보 사이트 페이오픈은 '대한민국 중산층의 연봉은 5000만 원'이라고 했다. 어느 일간지는 한국의 중산층 조건을 “4년제 대학을 나오고, 10여 년 정도 한 직장에 다니고, 월 소득은 400만 원 이상이고, 30평 이상 아파트에 살며, 2000cc 이상의 중형차를 타는 사람”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는 “중산층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존행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다른 계층과 차별되게, 삶의 가치를 높이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계층이다”라고 했다.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은 “중산층은 외국어 하나쯤은 자유롭게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추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하며,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접대를 할 줄 알고,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설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중산층 기준이 '얼마를 벌어야 한다'라면, 서구에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기준이 되고 있다. 사회학자의 “단기간 내에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는 소득규모나 구체적인 데이터에 의거한 삶의 수준을 구분하고, 삶의 질이 높은 국가에서는 삶의 무형적인 가치로 사회적 계층을 나눈다”는 학설과 일치하고 있다.

삶의 품질은 자신을 위해 건강, 문화, 취미를 즐기고, 가정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사회의 정의를 먼저 생각할 때 높아진다. 이것이 곧 중산층의 가치여야 한다. 이제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인 우리도 “어떤 의식을 가지고, 어떤 지향점을 향해 어떻게 삶을 즐기고, 누리고, 베풀며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특히 시민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자신의 영혼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적극적 기부참여 여부가 중산층의 기준에 들어가야 한다.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과 가정을 소홀히 하진 않을 것이고, 사회 정의를 생각하는 사람이 이웃을 모른 체 할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기부금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소득 규모 대비 미국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개인의 경우 종교단체 헌금이 80%가 넘어 미국의 약 33%와는 크게 차이난다. 실질적인 자선적 기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기부 하면 '시장 할머니의 미담'으로 생각하는 게 우리의 현실일 수밖에 없다.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의한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 oblige)' 즉,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 그러나 역시 기부문화의 중심은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이어야 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산층이 정부를 맡고, 다른 두 계층(부유층과 빈곤층)을 수적으로 압도하는 정치체제가 최선이라고 봤고, 작가이자 철학자인 아인 랜드는 “상류층이 한나라의 과거라면, 중산층은 그 나라의 미래”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전의 미래는 어느 도시보다 밝다. 근로소득 대비 기부금 비율이 1.72%로 전국에서 최고 높은 도시다. 전국 평균이 1.33%이고, 서울이 1.22%인 것을 보면 대전시민의 따스한 마음은 월등하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지난주에 사회공헌단 발대식이 있었다. 이웃과의 나눔과 베풂의 활동이 그동안 개별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전략적이고 시스템화 할 것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빨리 가려면 직선으로 가라 / 깊이 가려면 굽이 돌아가라 /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라 /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케냐 마사이족의 속담처럼 함께 사는 지혜가 쥐어 짜인 중산층이 아닌 새로운 문화 리더로서의 중산층이 가져야 할 삶의 품격이 아닐는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2.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3.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4.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1.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3.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4. 대전세종중기청, 경험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 현판식
  5.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