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가 학내 일진 학생을 파악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체를 찾기가 쉽지 않아 진땀을 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사 결과에 '황당하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불신감이 팽배한 상태다.
23일 지역교육계에 따르면, 교과부의 제1차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가 전달되면서 일선 학교가 일진의 실체를 파악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등 후폭풍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수조사 결과, 대전의 경우 초등학교와 고교에서는 평균 20%, 중학교에선 40%를 넘는 학생이 '학교에 일진 있다'는 일진 인식 비율이 나왔다. 학교에서는 조사 결과를 강하게 불신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A 중 교장은 “몇몇 학생과 상담해봤더니,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학생을 언급할 뿐, 솔직히 일진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B 초 교감은 “인식비율이 10%대가 나와 교무회의 때 논의를 했더니 교사들이 그저 웃기만 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C 중의 체육교사는 “우리 학교는 비율이 다소 높아 자체적으로 파악한 리스트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했다. 위에서는 일진을 도대체 어떻게 규정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고, 조사 결과 자체를 무시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D 중 교장은 “여러 교장과도 얘기했는데, 믿을 필요도 믿을 이유도 없다고 했다”며 “오히려 조사에 열심히 응한 학교만 웃기게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도 거들었다. 전교조 대전지부(지부장 권성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회수율이 고작 25%에 그쳤고, 그마저도 신뢰도가 바닥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한 것은 졸속을 넘어 한 편의 삼류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서구의 모 초교는 526명 학생 중 505명이 응답해 회수율이 96%에 달했지만, 일진인식수가 203명에 달했다.
동구 모 중의 회수율이 95.6%인데 반해, 서구의 모 중은 전체 630명 중 설문 응답자가 2명으로 회수율이 0.3%에 그쳤지만, 이 중 한 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해 피해응답률은 50%가 됐다.
권성환 지부장은 “엉터리 조사 통계 탓에, 폭력학교로 낙인찍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교장과 교사들은 ‘배신당했다’, ‘2차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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