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42)씨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기름값에 '좌불안석'이다. 여기에 이씨를 더욱 놀라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세금'이다.
평소 시내주행을 많이 한다는 이씨는 “최근 고유가시대로 인해 한 달 평균 30만원 이상 기름값으로 지출하고 있다”면서 “1년 동안 차 한대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이 2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배기량 2000cc의 승용차를 소유한 이씨의 경우 구청에 내는 자동차세와 휘발유에 붙는 세금까지 합하면 '자신도 모르게 부담하는 세금'이 5가지를 넘는다.
실제로 대전지방국세청 및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휘발유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당), 교육세 79.35원(당,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주행세 137.54원(당,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으로 구성돼 있다. 당 529원인 휘발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09년 5월 변경돼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휘발유 가격을 당 2000원씩 계산했을 때 붙는 부가세 182원을 더했을 때 세금 총액만 당 927.89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다시 말해 휘발유 가격의 약 절반이 세금이라는 결론이다.
서민들의 경우 휘발유의 유류세와 함께 담당구청에 자동차세도 납부한다. 통상 6월말과 12월말로 두 차례 구청(세무과)에서 고지하고 있는 가운데, 2000cc 승용차(비영업용)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연간 약 52만원이 산출된다.
이에 따라 2000cc급 승용차를 보유한 일반 서민이 한달에 기름값으로 약 30만원을 지출한다면, 자동차세 등 1년간 세금으로 지출되는 비용만 200만원이 넘게 된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다. 소비자들은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발생하는 교육세나 주행세에 부가세까지 부담하게 된다”며 “서민 보호 차원의 유류세 인하 방안과,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2일 대전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당 2066.91원으로 일간 최고가를 경신하며 마감됐고, 충남지역의 경우 당 2069.47원(최고가 2069.52원)을 기록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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