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술을 더 마시게 한 금주법(禁酒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술을 더 마시게 한 금주법(禁酒法)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4-23 14:08
  • 신문게재 2012-04-24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법의 강제력과 이상(理想)이 만났을 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꾸며 그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상이란 언젠가 인간이 찾아가야 할 곳으로 여겨지지만 이를 현실세상 속에 그대로 이루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며 폐해 또한 막대한 것이다. 마르크스와 레닌은 공산사회의 이상을 꿈꾸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혁명을 일으켜 러시아를 그들이 꿈꾸는 공산사회로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 사실 - 바로 역사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모범인 미국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바로 1920년 '볼스테드법'이라고 불리는 금주법이 제정 된 일이다. 미국 수정 헌법 제18조에 미국 내에서는 마실 목적으로 술을 제조하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원칙이 헌법적으로 선언됐으니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 법의 기원은 바로 성경에서 술을 금한다는 내용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원래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에 오른 청교도인들의 신앙심 위에 세워진 나라다. 그래서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나라였다. 그런데도 미국이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된 직후에 자유라는 환상에 빠진 탓인지 사람들이 술을 하도 많이 마셔대 '알코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질 정도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내의 주도적인 정치세력으로서 독실한 신앙을 가진 이들은 술이 바로 인간 죄악의 근원이라는 확신아래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는지 헌법적인 선언이 있기 전까지 이미 24개주에서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금주법이 연방차원에서 확대 시행된 결과 과연 세상은 어떻게 변모하게 되었을까? 이들의 환상처럼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술로 인한 범죄발생이 줄어들었으며 가정의 평화가 찾아와 미국에 술이 없는 행복한 사회가 찾아온 것일까?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술의 소비량은 금주법 시행 전보다 훨씬 늘어나 매년 20억 달러 정도 매출을 올리던 주류산업이 그 2배 이상인 매년 40억 달러 정도의 밀매가 이루어 졌고 심지어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도 호기심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하니 약간의 과장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금주법의 놀라운 효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밀매로 인한 범죄조직들의 주도권싸움으로 전에 볼 수 없었던 거대한 범죄조직이 발생하면서 '무법의 10년 시대'로 변했던 것인데 미국의 최고의 갱단으로 불리는 알 카포네가 바로 이 금주법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이 같이 금주법의 결과는 참담하게도 전 국민의 범죄인화였던 것이다.

또한 밀매자들의 엉터리같은 술제조로 인해 그 독성 때문에 '술이 없는 13년' 동안 13만5000명 정도가 술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후버 대통령이 '고상한 실험'이라고 부른 이 금주법이 결국 시행된 지 13년 만에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전격 폐지됐다. '고상한 실험'이 '괴상한 실험 결과'로 끝을 맺게 된 것이다.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철도지하화 선도 사업 첫 타자 '대전 조차장역' 선정
  2. 설동호 교육감, 국회 교육위 출석해 사과… 질타 잇따라
  3. 무기력·신분불안 느끼는 교사들 "교사 의견 수렴 없이 졸속·탁상 대책 마련하고 있어"
  4. 대전 건설업체 2024년 기성실적 3.4%↑
  5. '사교육카르텔' 교원 249명 문항거래로 213억 챙겨…대전서도 2건 확인
  1.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2. 대전 초등생 사건 본질과 무관한 신상털기·유언비어 잇따라
  3. 교육부 대전교육청 감사… 긴급 분리·조치 등 신설 골자 '하늘이법' 추진
  4. 80돌 맞는 국립중앙과학관 2025년 전시·체험·강연 연간일정 공개
  5. 대전소방, 대전시립박물관 화재안전 점검

헤드라인 뉴스


교육부 교원 벽 높이기 검토… 졸속 대안에 임용 준비생 혼란 우려

교육부 교원 벽 높이기 검토… 졸속 대안에 임용 준비생 혼란 우려

대전 교내에서 발생한 초등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가 교원 임용시험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교육환경 체질 개선이 아닌 채용의 벽을 높인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구체적인 계획과 설명도 없어 임용 준비생들의 불안감이 가중돼 오히려 교원 기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故 김하늘 양 사건 이후 교육 현장 안전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대전 초등생 사망 대응 방향'을 18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저연령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특수 직군이라는 점을 들며 교원 양성 단계에서 교직적성 및 인성검..

"충남·세종 건설공사 기성액 늘었지만 중소건설사는 난항 지속"
"충남·세종 건설공사 기성액 늘었지만 중소건설사는 난항 지속"

2024년도 세종과 충남 건설공사 전체 기성액이 2023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위 건설사들의 약진이 반영된 결과로,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9일 대한건설협회 충청남도회·세종시회에 따르면 충남 지역건설사의 전체 기성액은 지난해 4조9448억원 보다 2389억(4.8%) 증가한 5조1837억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충남의 경우 경남기업(주)이 3869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활림건설(주)이 1922억원을 신고하며 2위, 해유건설(주)이 1870억원을 신고하며..

최근 5년 충남 주택화재 감소에도 사상자는 증가
최근 5년 충남 주택화재 감소에도 사상자는 증가

최근 5년새 충남지역 주택 화재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사상자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간 도내에서 발생한 주택 화재는 총 2612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556건, 2021년 542건, 2022년 526건, 2023년 473건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515건으로 소폭 늘었다. 주택 화재에 따른 사상자는 총 180명으로 2020년 26명, 2021년 21명, 2022년 43명, 2023년 42명, 지난해 48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총 54명)는 2020년 1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이 오고 있어요’ ‘봄이 오고 있어요’

  • ‘해빙기, 위험시설물 주의하세요’ ‘해빙기, 위험시설물 주의하세요’

  •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