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시인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매개로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야 하는 여인의 애절함을 표현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 내고 희망을 전하는 봄꽃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봄이 오기 훨씬 전부터, 앙상한 나뭇가지를 유심히 살펴보며 봄이 오는 소리에 누구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상청 사람들이다. 아마 혹자들은 기상청에서는 기온이나 바람, 강수량과 같은 기상에 관련된 것들만 관측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상청의 기상관측업무 중 계절의 변화를 식물의 개화나 단풍 등 식물의 생태 변화로 감지하는 식물계절관측이 있으나, 이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계절관측의 목적은 기후변화가 우리 환경에 주는 다양한 메시지를 읽기 위해서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대기온도 상승이 식물계절과 동물계절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기상청은 지난 12일 '대전의 올해 벚꽃 개화일은 4월 11일입니다'라는 벚꽃 개화정보를 발표했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개화시기 알림뉴스. 그러나 대전 어디에 있는 어떤 나무를 보고 꽃이 피었다 알려주는 걸까? 그 기준이 되는 계절관측 표준목은 유성구 구성동에 위치한 대전지방기상청 마당에 심어져 있다.
대전기상청은 1969년부터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배나무, 매화, 아카시아, 코스모스,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총 10종의 식물에 대한 발화와 개화를 관측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국민 여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벚꽃 개화일, 단풍 절정일 등과 같은 군락지 식물 관측과 계룡산 등 유명산의 단풍일도 1980년대 후반부터 관측하고 있다.
계절관측은 계절의 빠르고 늦음, 지역적인 차이 등을 합리적으로 관측하고 통계분석 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추이를 총괄적으로 파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계절관측은 크게 생물계절, 기후계절, 생활계절관측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생물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이동 한다. 식물의 발아, 개화, 단풍 등과 동물의 출현, 울음소리 및 산란 등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 시기나 지리적인 요소가 다르게 나타난다.
생물계절관측은 이 계절을 대표하는 여러 가지 동물과 식물을 관측하는 것을 말하며, 대상에 따라 동물계절과 식물계절로 구분한다. 이러한 생물계절을 관측, 조사해 기후도를 작성하면 농업이나 임업, 그 밖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 조상들도 계절적 변화에 따른 식물의 발아, 개화, 단풍 등의 시기를 조사해 농사 등의 생활에 이용했다. 따로 기온을 측정할 수 없었던 옛날에는 생물의 변화를 봐서 계절변화를 느끼고 농사일 날짜를 결정했다.
'서리태는 감꽃이 필 때 파종하고, 메주콩은 감꽃이 질 때 파종한다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에도 그 지역의 기후에 맞게 파종하고자 감나무를 매년 관찰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우리 환경에 다양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요즘도 계절관측에 관한 기록은 매우 귀중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생물의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상승하는 지구온도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할 것이다.
기상청은 단순한 날씨 예측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기후변화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실을 국민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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