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휘발유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대다수 서민은 고유가에 몸서리 치고 있다.
오를 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내릴 때는 쥐꼬리 만큼 내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유류세는 다른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어서 이에 대한 인하 요구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3월 한국의 휘발유값과 세금 비중을 조사대상 OECD 22개 국가 중 20위로 발표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납세자연맹은 우리나라의 무연 휘발유값이 미국의 2.8배, 호주의 2.5배, 일본의 1.7배, OECD 평균으로도 2.4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단순 환율을 적용한 반면, 납세자연맹은 각국의 환율과 물가 등을 고려한 구매력평가지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서민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고통에 익숙해진 것일까. 이제 서민들은 고유가에 무감각하거나 무덤덤해진 듯하다.
정부의 유가 정책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다. 서민경제는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기름값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기대하는 서민들은 찾아볼 수 없다.
유류세 인하 등 알맹이가 빠져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와 대형 정유사 간의 책임 떠넘기기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국내 휘발유값은 연초만 해도 ℓ당 2000원을 밑돌았지만 22일 현재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62.36원에 달하고 있다.
대전의 휘발유값 평균 가격은 전국 평균보다 4원 높은 ℓ당 2066원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100일 이상 연속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가계를 옥죄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유가 대책에 대해 반발감마저 표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수 운반을 하는 김모(46)씨는 “유가 상승이 곧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꼴”이라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고, 하더라도 더 큰 수입 감소로 나타나 업계의 불만이 높다”고 하소연했다.
화물차 기사 양모(43)씨는 “화물량이 적어 수입이 적은데다 유가마저 크게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는 포괄적인 유가정책에 앞서 유가에 민감한 생업 종사자들을 위한 특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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