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임]다문화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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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임]다문화 오케스트라

[문화 초대석]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 승인 2012-04-22 13:32
  • 신문게재 2012-04-23 20면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얼마 전 TV에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참여한 오케스트라 공연에 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에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모집하여 오케스트라 악기 연주법을 기초부터 가르쳐 결국에는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해내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프로그램이었다.

가르치는 교사는 그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악기의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초보 어린이에게 하나하나 차분히 소리 내는 법을 가르치고, 음계를 알려주고, 쉬운 악보부터 차례로 습득하게 해 결국은 전체가 함께 하모니를 이루도록 지도를 한 것이다.

지도하는 교사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지도하다보니 그 어린이들도 다른 한국 어린이들과 똑같다는 사실, 한국의 어린이들이 그 나이에 고민 하는 것을 고민하고, 그 나이에 가질 만한 수줍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고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더 이상 편견도 차별도 없는 수용과 조화의 미덕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석한 아이들의 행복하고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음악이, 더 넓게는 예술이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을 통해 소외된 계층에 희망을 줄 수 있고, 같은 환경에 처한 아이들끼리 소통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있고, 하면 된다는 성취감을 맛보게 해줄 수 있고,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여유를 찾아줄 수 있다. 또한 교사로 참석하는 대학생들에게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고, 자신의 전공을 활용해 이 사회에 기여하는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누구의 발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문화적 혜택을 받기 힘든 소외 계층의 어린이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고, 학업의 선상에 있는 대학생들에게는 봉사 참여에의 즐거움과 이 사회와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보다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오케스트라 공연은 큰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예술이 사회 속에서 갖는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스포츠 행사의 개막전후 예술 프로그램은 그 행사 전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줄 만큼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취급된다. 또한 그 이외에도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예술 프로그램이 등장을 한다. 지역의 축제에도 그 행사의 화려함을 위해, 또한 행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음악회를 유치하거나 미술품 전시회 등을 함께 기획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 끝난 선거유세에 있어서도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계속적으로 들려오는 단순한 홍보용 노래의 선율에 특정 후보의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그 후보에 대해 친숙감을 갖게 되고, 그것은 곧바로 득표수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렇듯 예술은 사회 속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예술가들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것은 예술적 성취를 위해서 자신만의 탑 속에 갇혀 예술혼을 불태우는 예술가 상(像)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사회 속에서 갖는 예술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인정하고 예술가들의 위상(位相)이 흔들림 없이 굳건히 서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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