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훈]민영화가 최선이라는 위험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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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훈]민영화가 최선이라는 위험한 믿음

[중도프리즘]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승인 2012-04-19 17:33
  • 신문게재 2012-04-20 21면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 한다.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는 외국자본에 팔아먹으려는 아둔한 지도자의 발상이다. 매우 자극적이고 극단적으로 들리는 이 말은 미국의 양심이자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 존경받고 있는 MIT의 노엄 촘스키 교수가 민영화를 비판하기 위해 한 말이다. 혹자는 이 말에 손사래를 칠 수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처방 또한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학을 전공했고 한 때 민영화 예찬론자였던 나는 지금은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활성화 된 것은 1970년대 초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으로 야기됐던 정부 실패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가 결합하면서부터다. 영국은 1994년부터 공무원이 감축돼 정부를 작게 만들고, 민간의 경쟁적 운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철도민영화를 실행했다. 당시 정부는 철도민영화로 많은 재정적 수익을 챙겼고 여객운송회사들은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다. 반면 영국 국민들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2배나 비싼 요금폭탄을 맞았으면서도 민영화철도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불해야 했다. 다시 말해 과실은 정부와 참여기업이 독차지하고 부담은 고객이며 납세자인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더 심각했던 것은 영국정부가 2002년 이후 철도를 재 국유화화하기 전까지 6회의 사고로 56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해방 이후에도 우리경제는 상당 기간 민간경제의 자본력과 경영능력의 취약으로 민간보다는 공공부문이 경제의 중심축이었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민간경제의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50년대 초부터 일부 공기업을 민간에 이양시킨 것을 계기로 민영화가 시작되었고 60~7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화 되었다. 이 때 이루어진 민영화는 적자 기업을 흑자로 전환시켜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해운ㆍ조선 등 일부 기업의 민영화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이후 우리 경제는 민간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였고 동시에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민영화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영향이 확연히 달라진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논리는 공공부문의 팽창은 국민의 세금부담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독점적 지위로 인한 비효율적 경영이 국민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끼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민영화를 통해 국내시장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을 통한 가격하락은 물론 서비스 개선효과까지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민영화를 주장했다. 그런 그가 정부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민영화를 추진코자 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아쉬운 점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할 만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면서도 국제공항협회 등으로부터 수년간 세계 최우수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천공항이나 코레일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창출하고 있는 KTX부문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는 전노선에서 KTX부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적자부문에 대한 재정은 일차적으로 KTX부문의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민영화할 경우 어떻게 이 부분의 재정을 충당할 것인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설득노력에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국 철도민영화 실패사례와 지하철 9호선의 50%요금 인상 요구사태를 지켜보면서 민영화가 초래할 문제의 심각성을 확실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야당과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KTX운송노선의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다. 정권말기에 민생과 밀접한 사안을 너무 조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좋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업이 다음 정권에서 차분히 추진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하는 수준에서 이 정권의 역할을 마무리하는 것도 아름다운 지도자의 모습이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한 처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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