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그리는 영화는 '정치인이 깨끗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 상대 후보의 신체적 약점을 드러내고 공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루머를 사실로 몰아가는 것은 당연한 전략. 지지율을 제멋대로 부풀려 언론에 퍼뜨린다고 문제될 건 없다. 정적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요직도 떼어줘야 한다. 고고한 이념은 챙겨야 할 이익을 치장하는 장신구일 뿐.
음모가 들끓고 협잡이 판치고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하고 갖가지 스캔들로 얼룩진 정치의 뒷골목을 꼼꼼히 묘사한다. 이런 추악한 정치판에서, 정치를 숭고한 것으로 여기는 주인공 스티븐은 애송이일 뿐이다. 뛰어난 정세분석 능력으로 '킹메이커'로 각광받았던 그는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고서야 자신이 애송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점점 괴물로 변해간다. 스티븐이 복수의 칼을 빼들었을 때 정치판은 그를 진짜 '킹메이커'로 인정한다.
섹스 스캔들이란 흥밋거리가 있지만, 긴장과 스릴을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은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온다. 정치인의 위선적인 제스처를 생생하게 그려낸 조지 클루니, 정치에 대한 환멸을 보여주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버럭 연기, 꼼수 꾼 폴 지아마티의 표정이 돋보인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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