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에 한자공부 시작한 할머니의 꿈

  • 사람들
  • 뉴스

65살에 한자공부 시작한 할머니의 꿈

한문교사연수원 노인들 북적… 지도사 자격 취득 열공

  • 승인 2012-04-18 17:08
  • 신문게재 2012-04-19 22면
  • 임연희 기자ㆍ동영상 이상문 기자임연희 기자ㆍ동영상 이상문 기자
▲ 대한검정회 한국한문교사 대전연수원에서 정정숙(69ㆍ사진 왼쪽)할머니와 이성숙(70) 할아버지가 한자한문전문지도사 훈장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 대한검정회 한국한문교사 대전연수원에서 정정숙(69ㆍ사진 왼쪽)할머니와 이성숙(70) 할아버지가 한자한문전문지도사 훈장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이 한문의 세계에 푹 빠졌다.

평일 낮 대한검정회 한국한문교사 대전연수원(원장 최화복)은 60ㆍ70대 노인들로 가득하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정정숙(69․대전시 서구 용문동)씨는 예순다섯 살에 독학으로 한자공부를 시작해 대한검정회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금은 지도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못 배운 한으로 서른 살부터 해야지, 마흔 살 되면 할 수 있겠지 미루던 공부를 결국 예순 넘어 시작했다”는 정 씨는 “시어머님 병수발만 아니었으면 대전예지중학교에 입학했을 텐데 종일 환자 곁을 지켜야해 한자교본을 사놓고 무작정 베껴 쓰며 혼자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닷새에 볼펜 한 자루를 다 쓸 만큼 열심히 공부해 4년 만에 4급, 3급, 2급을 차례로 합격한 정 씨는 한자한문전문지도사과정을 배우며 새 삶을 찾았다.

다리가 불편해 자전거를 이용해 연수원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는 정 씨는 “한문을 공부한다니 주변 사람들이 노래교실에 나가고 여행이나 다니지 웬 공부냐고 말렸는데 지금은 ‘선생님’소리를 듣는다며 다들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정 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3년째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한문을 가르치고 있는데 “초등학교도 못 마친 내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꿈만 같다”며 “8월에 훈장 자격증을 따면 작은 서당을 차리는 게 꿈”이라며 즐거워했다.




30년을 군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성숙(70․대전시 서구 도마동)할아버지는 집에 자신의 호를 딴 ‘석청서당’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과 주부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이 씨는 “공부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훈장선생님 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자식들에게 기대 무위도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고 사회에 기여해가며 열심히 사는데서 오는 성취감이 훨씬 크다”고 자랑했다.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노인들은 한문교사연수원에서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방과후 교사로 활동하거나 서당을 차려 훈장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정보가득 중도일보
▲스마트폰으로 보는 정보가득 중도일보
암기식 지도가 아니라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인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 등 육서(六書)에 따라 지도해 초보자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

한문교사연수원 최화복 원장은 “한자의 기본이 갖춰졌다면 1년이면 2급과 1급 한문전문지도사 과정을 마칠 수 있어 방과후선생님이 되거나 서당을 열고 싶어하는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다”면서 “한자와 한문교육을 통해 글자 속에 들어있는 지혜까지 배울 수 있어 가정교육은 물론 인성교육까지 가능해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도 막을 수 있다”며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연희 기자ㆍ동영상 이상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