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 |
19대 총선에서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자들의 공약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와 약점잡기에 혈안이 되었던 선거였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줬다. 선거전 말미에는 과열ㆍ혼탁양상으로 번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 모두 '총성없는 전쟁'을 치른 19대 총선은 끝났다. 대전ㆍ충청권에서는 새누리당 12명, 민주통합당 10명, 자유선진당 3명 등 모두 25명의 선량이 지역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됐다. 자유선진당 일색이던 18대 총선 때와는 다른 선거양상을 보였다.
요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축하받고, 낙선자들은 위로받는 게 일과라고 한다.
하지만, 당선자들은 마냥 기쁨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지역민에게 약속했던 각종 공약과 서민 경제를 꼼꼼히 챙겨야 할 때다. 서민들은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빚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영세상인들은 장사가 안돼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렵다며 불만이 높다.
서민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융부채를 진 가구는 전체가구의 56.2%로 1년 전 53.7%보다 2.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말 현재 국민 가계부채는 약 91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액은 5000만원, 부채 보유 가구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액은 8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부채를 진 가구들은 빚을 내 이자를 갚아가는 형편이다. 소득별 가계부채 분포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는 2010년 50.4%에서 지난해 45.4%로 5.0%포인트 줄었으나 최하위 계층인 1분위는 5.2%에서 5.8%로 오히려 0.6%포인트 늘었다.
1분위 가구의 54.7%가 전ㆍ월세보증금, 결혼자금, 생활비 등 생계형 부채인데 반해 4ㆍ5분위 가구 부채는 50% 이상이 부동산 구입용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부채 보유가구 기준 소위 하위계층 20%는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 920%에 달하고 있다. 빚이 소득에 비해 9배 이상 많은 셈이다. 빚을 내서 살다 보니 가계부채는 자연히 쌓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지수는 그렇지 못하다.
연일 뛰는 유가(油價)에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료 마저 올라 서민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아이들의 간식은 물론, 휴대폰요금과 시장가는 것 마저 줄이는 등 서민들은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6%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해서는 0.1% 내렸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것은 2010년 8월 2.7% 이후 19개월 만이라고 한다. 지난해 물가가 워낙 높았던데 따른 기저효과에다 개학에 맞춰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유치원 납입금과 보육시설 이용료는 전달보다 각각 11.1%, 33.9% 하락했고, 학교급식비도 14.5% 떨어졌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휘발유는 1월 6일 이후 100일 넘게 오르면서 1년 전보다 5.3% 상승했고, 농산물은 무려 9.4%나 뛰었다. 전세와 월세도 1년 전보다 5.7%와 3.1%씩 올라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이것만으로도 서민 생활이 어느정도 인가 짐작이 간다.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다 낫게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은 일반서민, 영세상인, 중소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게 하고 국민에게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게 하는 정책에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정책은 갈지자로 그렇지 못했다.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서민 경제 살리기에 팔 걷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서민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진정한 선량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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