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은 전설이 된 지 오래다. 교권이 실추되고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우리 학생들은 교사를 선호하고 있다.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우리 교육의 희망이라고 볼 것인가? 혹시 지역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우리 학교만의 일은 아닌가? 해서 여러 통계자료를 뒤적였다.
올해 1월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고교생 2165명과 학부모 1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학교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고교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11.0%), 공무원(4.20%), 경찰관(4.10%), 간호사(3.90%), 회사원(3.60%) 순이었다. 학부모가 선호하는 자녀의 직업은 공무원(17.8%), 교사(16.9%), 의사(6.8%) 순이었다. 역시 여기서도 교사에 대한 선호도는 아주 높다.
그러나 2010년 말에 발간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10년 후 전망 좋은 직업으로 간호사와 생명과학 연구원, 간병인,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텔레마케터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교사는 10년 후 전망이 좋지 않은 직업에 랭크되어 있다. 고용 현황 기준으로 초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우편물 집배원, 중고등학교 교사가 최하위권이다.
우리 학생들이 교사를 선호하는 것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고려한 것이거나 어떤 소명의식이거나 하는 필연적 이유가 아니라, 미래를 전혀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 없이 입시에 파묻혀 있다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매일 보아온 사람이 그저 교사여서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실질적인 체험 중심의 진로교육이 아쉽다. 계속해 학령인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2015년부터 전자교과서가 도입될 예정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학급당 인원 수 감소로 해결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본다고 하더라도 전자교과서 도입은 지금의 e교과서와는 또 다른 엄청난 파장이 올 수 있다. 아이폰의 변화와 같은 혁신이 교육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지금의 주5일 수업제가 전자교과서 도입으로 주2일 등교하고, 주5일 재택학습 하는 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10년 후 직업 전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바로 알고 현재와 미래의 다양하고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진로 설계를 해야 한다. 그래서 10년 후, 20년 후에도 모두가 행복한 교육계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생활기록부에 있는 장래 희망란은 명사형으로 짧게 적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동사화해 적는 것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들을 동사형 문장으로 구체화하고 그 안에서 공통된 점을 찾아보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겠다'라는 자신의 목표 혹은 목적이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것을 장래 희망란에 기입하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여러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교사라는 사실이 기분 좋다. 이들에게 모든 면에서 사표(師表)가 되고 진로교육의 새 지평을 열어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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