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구 KAIST 기획처장 |
3월24일자 뉴욕타임스 기사(파라과이의 거대한 삼림지역 그란차코(Gran Chaco), 목장으로 무분별하게 개발되다)에 따르면, 남미 지역 특히 파라과이의 삼림벌채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란차코는 파라과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세 나라에 걸쳐 펼쳐져 있는 광활한 삼림지역으로 그 크기는 폴란드만 하다. 비록 세 나라를 인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지역에 대한 소유권은 파라과이가 행사하고 있다.
기술문명이 오늘날만큼 진보되지 않았던 지난 수세기동안 인류는 정글과 저지대 늪지, 각종 맹수와 독충들로 가득한 이 험악한 곳을 감히 들어갈 엄두도 못 내었다. 그런 오지가 지난 5년 새 삼림의 10%가 불도저로 갈아엎어져 목장으로 둔갑했다. 파라과이 정부의 허술한 관리를 틈타 브라질 혹은 인근 국가에서 몰려든 불법 목장주들은 쉴 새 없이 정글을 불태우고 땅을 파헤쳐 목장을 만들고 소떼를 키웠다. 다 자란 소의 85%는 외국으로 수출된다.
우리가 마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먹는 '남미 산 청정 소고기'는 바로 이렇게 해서 우리 식탁에 오른다. 환경론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란차코에서의 삼림파괴 속도가 늦춰지지 않는다면, 이 지역의 숲은 30년 이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실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봄이 되면 우리는 몇 시간씩 차를 몰아가며 길고도 힘든 꽃구경에 나선다. 사람에게 치이고 교통난에 시달리고 각종 바가지요금에 분개해 하면서도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는 꽃을 보러 떠난다. 이는 그만큼 자연에게서 받는 치유의 힘이 크다는 것일 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씩 허비해가며 만개한 춘화를 찾아 헤매 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봄꽃 구경이 절정일 이달 중순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지구의 날'이다. 그 유래는 1970년 미국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과 데니스 헤이즈 하버드 대학생이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발생했던 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제고를 위해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기념행사를 주최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 기념일은 1970년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유엔도 2009년부터 4월22일을 '세계 지구의 날'로 정했다. 현재 175개국 이상의 나라가 매년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대중홍보를 통해 이 날을 기념해오고 있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도 '저녁 8시부터 10분간 전등 끄기' '차 없는 거리 만들기' '헌책방 부스 운영하기' '공정무역 커피 시음 및 판매' 등 민간과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지구의 날을 기념했다.
이 봄, 화사한 봄꽃 길을 걸으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면서 건강한 자연이 주는 선물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자. 그러면서 잊지 말도록 하자. 자연과 인간활동 사이에 존재하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맛있는 한 점 소고기를 위해 무수히 뽑혀져 나간 남미의 삼림이 인류의 불안한 먼 미래의 전조(前兆)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함께 기념하고 축복하자. 눈부신 4월, 적어도 단 하루만이라도 인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사랑하는 날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